2025.10.23(목)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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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천주교광주대교구청 내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에서 올해도 ‘비움나눔페스티벌’이 열린다. 축제는 오는 25일부터 11월2일까지 열린다. 매년 시민이 오가는 축제이지만, 이 공간에서 만나는 작품들은 더욱 특별하다. 1960년대 신학교로 지어진 건물에 현대 예술이 더해지며,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올해 주제는 ‘Re: 다시, 새롭게’. 실내 리모델링을 마친 전시장 그리고 야외 공간에서는 회화와 공예, 조각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에는 해외 작가 7명과 국내작가 20명이 참여한다.
야외 잔디밭 위로는 조각 15점이 설치됐다. 금속 용접 자국을 실처럼 이어 바느질하듯 표현한 박기태의 작품, 사람 사이의 관계를 따뜻하게 풀어낸 전백진의 조각, 폐자재를 재구성한 김행령의 정크아트까지 다양한 질감이 공간을 채운다.
실내 전시장인 브레디관은 회화를 중심으로 꾸며졌다.
먼저 고 구광모 작가의 추상회화가 깊이를 더한다. 특히 축제 기간 중 11월1일에는 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스테판이 추모 연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발달장애 작가들과 함께한 주홍의 ‘사이프로젝트’는 미술을 통해 소통과 치유의 의미를 전한다. 60세의 자신에게 바치는 정연두 작가의 ‘바느질 일기’에선 따스한 흔적과 손길이 느껴진다.
어두우면서도 고즈넉한 분위기의 브레디관 지하 전시장과 어울리는 작품들도 잇따라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게감 있는 재료 속에서 흐르는 곡선이 돋보이는 전민식의 금속 조각 작품을 비롯해 종이실로 만든 삐에로 형상을 통해 성모에게 기쁨을 전하고자 한 한선주의 섬유 직조 작업도 만나볼 수 있다.
해외 작가들의 참여도 돋보인다. 이집트 작가 아흐메드는 인간의 고립을 주제로 내면의 사유를 시각화했고, 바쎔은 이집트 특유의 문양과 기호를 목판화로 풀어냈다. 동판에 캘리그라피를 새기고 부식시켜 색을 입히는 작업을 선보이는 슬로바키아 오마르 작가 작품도 인상 깊다.
국적도, 종교도, 언어도 다르지만 이들은 오래된 신학교의 역사성과 예술가의 소명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하나가 됐다. 이들은 작품 설치 과정에서 서로 협력하며 ‘연대’의 의미를 체감했다고 전했다.
축제에서는 비움과 나눔의 정신 또한 오롯이 드러난다.
아나바다 장터에서는 시민이 물건을 사고팔며 기부에 참여하고, 작가들은 판매 수익의 일부를 나눔 기금으로 보탠다. 올해 모금된 성금은 페루 안데스 산골의 성 베드로·성 바오로 성당 아동 방과후교실을 돕는 데 쓰일 예정이다.
이밖에도 축제 기간 청소년예술제(25일), 동아리 페스티벌(26일-11월1일), ‘함께 노래하는 나눔 콘서트’(31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최윤복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장은 “이번 비움나눔페스티벌은 다시 일어나 걸어가자는 메시지처럼 희망을 나누고 서로를 일으켜 세우는 축제”라며 “이웃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예술로 이어가며, 시민 모두가 함께 걸어가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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