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위로부터) KIA타이거즈 최형우, 양현종, 조상우 선수.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스토브리그가 두 번째 장을 넘겼다. 유격수 박찬호의 이적으로 첫 장이 열렸다면, 이번 2차 드래프트는 그다음 흐름을 이어가는 장면이었다. KIA는 지난 19일 열린 2025 KBO 2차 드래프트에서 투수 이태양과 내야수 이호연을 지명한 뒤, 전력 보강에 일정 부분 속도를 냈다. 그러나 이번 선택은 전면 재편이 아니라, 내년 시즌의 기초를 다지는 과정에 가깝다. 아직 팀의 핵심들을 지켜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결국 시선은 다시 FA로 향한다.

KIA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전력 구조상 가장 취약한 부분을 겨냥했지만, 그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이태양 영입은 불펜 운영에 분명 안정감을 더해주는 카드다. 경험 많은 즉시 전력 투수가 한 칸을 메웠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다. 하지만 이 선택이 조상우·이준영의 FA 계약 흐름을 뒤흔들 만한 변수로 보긴 어렵다. 조상우는 여전히 필승조의 중심축이고, 이준영은 리그 전체에서 희소성이 높은 좌완 불펜 자원이다. 둘의 전력 가치와 시장 수요는 이태양과 전혀 다른 층위에 있다. 구단이 이태양을 품었다고 해서 “급한 불이 꺼졌다”, “대체 가능성이 생겼다” 이런 해석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즉시 전력 보강은 맞지만, FA 협상의 우선순위나 구조를 바꿀 결정적 조각은 아니라는 의미다.

3라운드에서 이호연을 선택한 것 역시 내야 뎁스 확보 차원이다. KIA는 주전 유격수 박찬호의 이적으로 내년 시즌 공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를 대비해 백업 자원을 확보하며 수비 리스크를 최소화하려 했다. 내부 자원(김규성·박민·정현창·김도영)과 외부 보강(아시아쿼터·트레이드) 사이에서 구단이 선택지를 넓히려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읽힌다.

2차 드래프트가 끝나면서 스토브리그의 무대는 다시 FA로 돌아간다. 팀의 상징성과 전력 비중이 높은 최형우·양현종, 즉시 성적과 직결되는 불펜 조상우와 좌완 이준영, 백업 포수 한승택. KIA는 이번 겨울 남은 5명에 대한 결정을 한꺼번에 내려야 한다.

이 선택은 단순 재계약이 아니다. 예산·전력·시장의 3요소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적 판단이다. 내년 가을야구를 바라보려면 “누구를 지킬지”, “어디까지 감당할지”, “어떤 순서로 결단을 내릴지” 이 3가지가 동시에 정리돼야 한다. 여기에 FA 협상 과정을 지켜보는 팬심도 무시할 수 없다. 박찬호를 붙잡는 데 실패하면서, 구단의 노력이 너무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태양과 이호연 지명은 FA 협상의 본질을 바꾸지는 않는다. 다만 구단이 뎁스를 먼저 정리하며 협상 환경을 안정시키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급한 구멍을 메웠다는 안도감은 있지만, 핵심 FA 우선순위는 변하지 않았다.

결국 이번 스토브리그의 향방은 FA 테이블에서 결정된다. 2차 드래프트에서 시작된 변화는 팀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준비 과정에 불과하다. 실제 구단의 방향은 FA 협상과 아시아쿼터 활용, 외국인 선수 구성에서 정해진다.

이제 다음 장을 넘겨야 한다. 누굴 먼저 잡을지, 어디서 힘을 뺄지, 어떤 균형을 택할지가 이 겨울을 가른다. 주전 유격수 이적이라는 전력 손실을 겪은 만큼, 선택은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KIA의 계산기는 다시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주홍철 기자 jhc@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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