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아이클릭아트

#최근 광주 동구 동명동 소재 오피스텔로 이사한 A씨는 극심한 층간소음에 매일같이 윗집과 얼굴을 붉히고 있다. 쿵쿵거리며 걷는 발소리와 의자 끄는 소리 등의 소음을 처음 들었을 당시 ‘조용히 좀 해달라’는 쪽지까지 붙여뒀으나, 전혀 개선되지 않아서다. 참다 못해 윗집과 말다툼을 벌인 뒤 경찰에 신고까지 해봤으나 손 쓸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와 다시 이사를 가야 하나 고민 중이다.

최근 3년간 광주에서 ‘층간소음’ 피해 신고가 연평균 800건 이상 접수된 가운데 전국 단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국토부가 지난해 12월 대책 수립에 나섰으나 기축 아파트와 빌라·오피스텔 등은 여전히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이웃 간 다툼이 끊이질 않고 있다.

21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광주에서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관련 신고 건수는 ▲2021년 915건 ▲2022년 917건 ▲2023년 871건이다.

층간소음 신고 접수 장소를 공동주택(아파트)과 비공동주택(빌라·오피스텔 등)으로 별도 분류하지 않아 정확한 비율은 알 수 없으나, 비공동주택이 전체의 70-80%를 차지한다는 게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고 내용은 ▲뛰거나 걷는 소리 ▲공구 사용 중 나는 소리 ▲가구가 끌리거나 찍히면서 나는 소리 ▲가전제품에서 나는 소리 등 일상에서 발생하는 것들로 분석됐다.

문제는 윗집에서 내는 소리가 아랫집에서는 소음으로 받아들여져 이웃 간 다툼으로 번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1월 광주 서부경찰서는 평소 층간소음 문제로 자주 다툰 윗집에 칼을 들고 찾아가 ‘너무 시끄럽다’고 항의하며 인터폰과 벽을 훼손하는 등 난동을 피운 혐의(특수협박)로 B(40대·여)씨를 체포한 바 있다.

이 같은 일이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어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30가구 이상의 신축 아파트 시공사에 ▲소음 기준 미달 시 준공 불허 ▲소음 기준 충족 때까지 보완시공 의무화 ▲시공 중간 층간소음 측정 ▲층간소음 기준 초과로 인한 입주지연 시 배상 책임 등을 부여하는 ‘층간소음 해소방안 및 예방안’을 발표했다.

소음 기준은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을 따르는데, 주간(오전 6시-오후 10시)의 경우 1분간 등가소음도(평균) 39㏈, 최고소음도 57㏈, 야간(오후 10시-오전 6시)의 경우 각각 34㏈·52㏈을 기준으로 한다.

국토교통부는 예방안이 올해 중 시행될 수 있도록 피해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데, 민·형사상 책임을 이웃에게 따지는 게 아니라 아파트 시공사가 진다는 점에서 보다 꼼꼼한 시공을 통한 층간소음 원천 차단은 물론, 피해 발생 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하지만 기축 아파트와 비공동주택 등은 이에 해당되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는 관계자는 “빌라나 오피스텔의 경우 기둥, 들보 등 골조를 넣지 않고 벽이나 마루로 구성된 벽식구조가 많아 위층과 아래층의 소음이 더 쉽게 전달될 수밖에 없다”며 “해가 갈수록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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