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고영종 작가

“제 작품은 기본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말합니다. 외형적으로는 물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새살이 돋듯 흘러간 곳에 다시 새로운 물결이 밀려드는 순환 그리고 허무를 담아내고자 했어요.”

고영종 작가 초대전 ‘흐르고 흐르고 흐르다’가 오는 12일까지 갤러리생각상자에서 열린다.

흑백의 물감과 붓으로 물의 흐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검은 폭포’, ‘시무지기’ 등 역동적인 물의 형상을 담은 회화 26점을 선보인다.

‘그대 흘러서 어디로 ⅠⅡ ’ <작가 제공>

‘시무지기-검은 폭포’

그의 회화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물의 흐름’을 담고 있다. 위에서 내리꽂는 폭포 가운데 푸른색이 더해지기도 하고, 거센 바람에 떠밀려 철썩거리는 바다의 파도를 나타내기도 한다.

“수묵에서 오는 특유의 분위기는 비장하면서도 진지함을 줍니다. 편안한 느낌으로 관객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서는 게 흑백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의 그림 속 장소는 승촌보를 따라 만나는 영산강이나 물결이 일렁이는 채석강, 서해바다를 주된 모티브로 하고 있다.

“흐리지만 그 중에서도 투명한 느낌의 바닷물에서 영감을 받아요. 비바람이 치거나 거센 풍랑이 불 때 움직이는 찰나의 요동치는 물결을 그려냈어요.”

특히 그의 작품 중 ‘시무지기’는 화순 이서에 자리잡은 폭포로, 비가 오면 세 개의 무지개가 보인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작가는 그 무지개를 발견할 순 없었지만, 비오는 날 위로부터 아래로 쏟아지는 강렬한 물줄기를 흑백의 조화로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의 작품은 무엇보다 친절하다. 20여점의 작품 옆에는 그가 작업 중에 떠올린 생각 등이 담긴 작품해설이 붙어있다.

“누구에게나 ‘쉬운’, ‘만만해보이는’ 그런 작품이면 좋겠어요. 이해하기 어려운 게 아니라 그림을 보고 곧바로 무언가를 떠올릴 수 있게끔요. 관객의 느낌이 저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그림이야말로 보다 많은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듯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흐름’으로 해석될 수 있는 그의 작품은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 세월의 끝없는 순환을 말하고 있다.

“물의 이야기는 마치 내가 풀어야 할 ‘숙제’ 같아요. 시간의 흐름 속에 영원한 것은 없고, 젊음의 아름다움이나 굳은 약속의 말도 결국엔 희미해지잖아요. 물은 그런 의미에서 시간과도 많이 닮아 있습니다. 때로는 잔잔하게, 때론 거세게 자신만의 흐름으로 흘러가며 세상을 바꾸는 ‘물’의 거친 숨결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다뤄보고 싶어요.”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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