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반대로 시작된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4주차에 접어들면서 환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정부 신고센터에만 수술 및 입원 지연 등 1천건 이상이 접수됐다고 한다. 국립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의 진료 공백 사태를 메우고자 정부가 군의관과 공중보건의를 파견 배치했다. 농어촌 주민은 불편을 감내해야 할 판이다.

전남대병원에 따르면 광주·전남 거점 국립대병원인 전남대학교병원 본·분원에 16명의 군의관과 공중보건의가 투입됐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필수의료과 인력은 소수에 그치고 인턴 등 수련을 통한 전문의 자격 취득을 하지 않은 일반의들이 다수여서 혼란도 우려된다. 전남도는 정부 지침에 따라 공보의 267명 가운데 22명(8.2%)을 서울신촌세브란스 7명, 아산병원 7명, 화순전남대병원 6명, 전남대병원 1명, 충북대병원 1명 등 5곳에 보냈다. 보건소 외에 보건지소 공보의가 19명에 달한다.

통상 보건소에는 2-3명, 보건지소에는 단 1명의 공보의가 근무한다. ‘개점휴업’ 상황으로 환자를 돌볼 의사가 사라진 셈이다. 가뜩이나 열악한 농어촌의 의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남도가 당초 어려운 현실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남아있는 보건기관에서 순회 및 원격 진료에 기대야 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등 전공의 대다수가 집단 사직 이후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고 있다. 병원 측은 병상 가동률을 평상시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수술도 최소화하는 등 비상 진료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중증·응급 환자의 수술과 진료 지연 등 현장 부담을 덜기 위해 군의관과 공중보건의를 파견하는 등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공보의 등의 숫자가 적은 데다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배치될 지는 의문이다.

농어촌은 공보의 의존도가 높다. 사태가 길어지면 진료 업무 기능 약화에 따라 주민의 건강과 생명이 사각지대에 방치될 수 있다. 돌려막기 식 한계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강대강 대치 명분이 부족하다. 조건없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 파국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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