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은 피해자 신고가 있더라도 가벼운 훈방 조치 수준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 서울에선 명문대 의대생이 무참히 연인을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고, 경남 거제에서는 전 여자친구를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하는 등 위험성이 커졌다.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만큼 엄중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광주·전남에서도 해마다 3천건 이상 피해가 접수되고 있다. 경찰청 등에 따르면 2021년 2천403건, 2022년 3천785건, 2023년 4천4건으로 확인됐다. 하루 평균 10건을 넘어서며 주된 유형은 폭력이나 협박·스토킹 등이다. 하지만 다른 범죄와 달리 수사 기관이 선제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강력한 엄벌주의 원칙을 통해 경각심을 제고해야 함에도 제도적 보완이 미뤄지고 있다. 국회에 ‘데이트폭력 등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 2020년 11월 발의됐으나 연인의 범위를 둔 이견으로 통과되진 못해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부부 사이 가정폭력과 마찬가지로 친밀한 사이에서 나타나는 데이트폭력은 관계에 집착한 나머지 상대를 구속하고 통제하며 심지어 살인사건으로 이어지고 있다. 결코 단 한 번이 아니며 오랜 기간 지속되고 빈도와 강도가 더 강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피해자가 두려움으로 신고를 하지 않고, 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례가 대다수다. 처벌 불원이라는 의사만 있으면 사법적인 절차가 작동할 수 없는 것이다.

반복적이고 심각한 피해를 막기 위해 반의사불벌죄 적용 예외, 제한 규정이 필요하다. 1회 신고 만으로도 엄격하게 처리해 중범죄로 발전할 가능성을 사전 차단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가해자의 접근을 제지하고 피해자 보호 체계를 섬세히 다듬어야 한다. 개인 정보나 약점을 이용해 위협, 보복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에서 실질 분리 조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수사 기관의 적극적인 개입 등 근거를 담은 특별법 제정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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