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 W. 앤더슨作 ‘코-로스-어스(Co-Loss-Us)’

창립 30주년을 맞은 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판소리, 모두의 울림’을 주제로 오는 9월 대장정에 나선다.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30개국 73명 작가가 참여해 동시대의 공간을 창의적 방식으로 구현하며 판소리 정신을 재현해낼 예정이다. 마치 하나의 영화처럼 시퀀스를 이용해 구성될 이번 본 전시는 3개 섹션으로 나뉘어 각층에 맞는 주제와 분위기에 따라 꾸며진다. 특히 또다른 본전시장으로 활용될 양림동에서는 옛 파출소와 빈집, 동네 곳곳에 자리잡은 문화예술기관 등 10개 장소를 전시공간으로 삼는다. 줄리안 아브라함 토가, 리디아 오라만, 전형산, 마리나 로젠펠드, 사단 아피프, 안젤라 블록, 김영은, 미라 만을 비롯해 광주 참여작가인 김자이, 김형숙까지 총 10명 작가가 양림동에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21세기 변화하는 환경과 생태 등 모든 존재의 울림을 담아낼 제15회 광주비엔날레를 미리 만나보자. <편집자주>

◇‘주체’로 가득한 세계…‘관계적 공간’ 구현

니콜라 부리오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지난 3월29일 ‘동시대 미술과 비엔날레’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특강에서 부리오 감독은 ‘공간’을 중요한 이슈로 삼고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살펴볼 것을 제안했다. 새로운 지질학적 시기 ‘인류세’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급격한 기후변화를 겪고 있다. 또 매일 기계와 대화하는 삶 속 기술의 발전은 이제 인간이 개입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중이다. 예술가들은 이러한 진화를 인식하며 오늘날 ‘공간’을 다양한 관점으로 작품 속에 투영시키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부리오 감독은 우리가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전의 지구는 ‘객체’로 가득한 상점과 같은 곳이었다면 지금은 권리를 가진 수많은 ‘주체’가 전세계를 채우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뉴질랜드 마오리족이 강에 인격적인 가치를 부여한 것처럼 동시대 예술 또한 인간과 비인간을 함께 고려하며 관계적 공간을 꾸려나가고 각각 다른 삶의 형태를 생각해볼 것을 제안한다.

소피아 스키단 ‘충분히 결집되지 않은 이상함을 어떻게 묘사할 수 있는가’

◇지속가능한 공간 탐색…어떤 작가들 작품 볼 수 있나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대화하며 동시대 공간을 탐구하는 작가들을 초청한다. 일부 참여 작가들은 인간의 흔적으로 가득 찬 동시대 지형과 도시상태 혹은 산업화가 자연에 미친 영향을 재현하면서 공간 문제를 다룬다. 어떤 작가들은 기계, 동물, 영혼, 박테리아 등 다른 형태의 생명체와 대화를 이어가거나 세상을 이루는 분자를 관찰하며 우리의 공간을 개방한다. 또다른 작가들은 고도로 밀집된 지점부터 사막처럼 황량한 영역까지 우주적 관점에서의 작업을 전개시킨다.

노엘 W. 앤더슨은 이미지에 따라 심리적 변화가 달라지는 우연의 법칙을 이용해 새로운 담론을 창출한다. 그는 테피스트리 형태의 작품을 통해 아주 폭력적이고 도시적인 환경이 인간의 두려움과 맞물렸을 때 어떤 분위기를 자아내는지 보여준다.

비앙카 본디는 소금 결정을 매체로 사용하며 하나의 자연적인 패턴을 만들어낸다. 물질의 고유한 생명성을 중심으로 시각성 너머의 경험을 제공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하는 작업 또한 기존 접근방식을 바탕으로 하되 새로운 환경과 장소에 적합한 설치 방식과 맥락을 고려해 장소와 밀접한 연결성을 갖는 시적 결과물을 드러낼 예정이다.

공상과학영화와 같은 상상의 세계를 표현하는 이예인 작가는 인간과 비인간 사이가 점점 좁아지고 있음을 드러내며 사회 속 복잡성의 장으로서의 신체에 대해 고찰한다.

테크노 샤머니즘과 관련된 작업을 펼쳐오고 있는 소피아 스키단은 이번 광주비엔날레 주제와도 연관된 ‘판소리’의 샤머니즘적 요소에 주목해 비인간적인 세계로의 여정을 펼쳐낼 예정이다.

신체를 일종의 경험이 일어나는 장소로 탐구하고 해체하는 캔디스 윌리엄스는 신체 구조, 흑인들의 이산(離散), 소통과 혼돈을 연결 짓는 지표를 설정해 대중문화와 신화가 상호 연결되는 방식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마리나 로젠펠드는 양림동 전시공간에서 실험적인 음악을 통해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특별 제작된 피아노를 활용한 설치물과 비디오 작품을 활용한 사운드 프로젝트를 통해 생명체 탐구에 나선다.

이와 함께 본전시에 참여하는 광주 작가 2명도 양림동에서 전시를 준비 중이다. 커뮤니티 가드닝을 소재로 작업하는 김자이 작가와 동시대 ‘도시문제’에 주목하는 김형숙 작가가 펼쳐낼 작품도 기대를 모은다.
----------------------------------------------------------------------------------------------------


●김자이 작가 “관객과 ‘도시경작’ 소중한 경험될 것”

“광주에서 활동하는 작가로서 이번 전시가 매우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광주비엔날레를 보며 성장해온 만큼 뜻깊고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휴식 방법을 시작으로 다양한 ‘휴식의 기술’을 탐구해오고 있는 김자이 작가는 기후환경과 지구, 공동체, 지속가능성을 바탕으로 작업을 펼쳐오고 있다.

지난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처음 선보인 ‘휴식의 기술 Ver. 도시농부’는 관객들이 전시장에서 작물의 성장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동시에 식물을 키우기 위해 수많은 자원이 소비되는 것을 마주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작가는 이를 확장해 ‘양림동’의 장소적 특성을 고려한 작품과 프로젝트를 고안 중이다.

“우리는 환경문제를 고민한다고 하지만, 정작 우리 먹거리에 대해선 궁금해하지 않더라고요.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또 얼마나 멀리서부터 탄소를 배출하며 왔는지 말이에요. 양림동에는 다양한 카페와 음식점이 있고, 그중에는 ‘허브’를 사용하는 곳이 많아요. 제 작업인 ‘도시경작’을 바탕으로 허브를 함께 기르고 탄소배출 없이 허브를 배달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에요.”



●김형숙 작가 “우리가 사는 ‘공간’의 의미 전하고파”

“광주비엔날레의 존재감과 무게의 힘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에 준하는 작업이 나와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저만의 색깔을 오롯이 담아낸 작품을 선보이고 싶어요. 이번 전시를 계기로 제 작업이 한층 더 성숙해지기를 바라요.”

독일 유학 당시 미디어아트를 전공하고 영상 및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해오고 있는 김형숙 작가는 올해 광주비엔날레에서 ‘공간’에 대한 고민을 작품으로 펼쳐낼 예정이다.

작가는 2022년 주안미술관에서 수학적인 규칙과 기호를 접목한 식물,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에는 지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도시문제’를 중점으로 기존 작업과는 색다른 주제의 결과물을 소개한다.

“‘판소리, 모두의 울림’이라는 주제는 심오하면서도 많은 것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비단 작품이 설치되는 해당 전시공간뿐만 아니라 지역을 넘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현재 진행 중인 도시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기를 바라며 작업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명진 기자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