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연탄 아카이브 사진 중 일부

도시화 이후 남겨진 공간을 독특한 시각으로 포착한 작품 전시가 펼쳐진다. 은암미술관은 오는 20일까지 2024 기획초대전 ‘낭만 소환 안내서’를 진행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 지원 및 (주)남선 협력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광주지역 마지막 연탄공장이자 향토기업인 남선연탄의 폐업에서 출발한다. 한때 국민 연료로 불리며 대한민국 가정을 책임졌던 연탄은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생활 양식의 변화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이번 전시는 두 개의 부분으로 구성된다.

1전시장은 ‘흐름과 흐름 사이’를 주제로 꾸며졌다. 과거의 흔적이 소멸하고 새로운 무언가가 생성되는 두 흐름 사이 남겨진 공간을 다루는 3명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양나희作 ‘샤이닝’

양나희 작가는 폐골판지와 종이 상자를 소재로 도시 풍경 속 저물어가는 장소를 기록한다. 어둠이 가라앉은 골목 풍경을 담은 ‘샤이닝’,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 건물을 표현한 ‘삶, 풍경’ 연작 등은 모든 것이 빠른 속도로 변하며 사라져가는 지금, 무엇을 잊고 잃어버리는지 깨닫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설作 ‘cut_out 4-1’

사라져가는 공간을 탐구하며 그 안에 깃든 감정과 변화의 흔적을 포착하는 이설 작가의 작품에는 그 공간만이 가진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각지대 자리’, ‘cut_out 4-1’ 등 작품 속 사물을 잘라내는 ‘컷-아웃’ 기법은 관람자의 상상력을 자극함과 동시에 오래돼 망각하고 있던 기억을 떠오르게 만든다.

나효지作 ‘건물도감’

폐허에 주목하는 나효지 작가는 작품을 통해 폐허의 생성 과정과 그 공간적인 힘을 풀어낸다. 그의 연작 ‘건물도감’은 쓸모를 다하고 남겨진 건물이 새로운 공간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뿌리의 생성으로 표현한다.

2전시장에서 열리는 ‘기록으로 남은 시간’에서는 지나간 시간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을 선보인다.

탄광촌 주민의 삶을 화폭에 옮긴 황재형 화백의 회화, 1990년대 화순 갱에서 작업하던 이들과 농촌의 풍경을 뷰파인더에 담아낸 최옥수 작가의 사진, 자신의 몸을 바쳐가며 온기를 내뿜고 사그라지는 연탄에 본인의 모습을 포착한 전직 소방관 박래균 작가의 연탄 그림을 만나볼 수 있다.

남선연탄의 발자취가 담긴 아카이브에서는 연탄과 밀접한 생활을 하던 이들의 모습을 엿보고, 이제는 사라져버린 한 시대의 풍경을 돌아볼 수 있다.

또한 연탄과 유사한 질감을 지닌 목탄, 오일파스텔을 활용한 전시 연계프로그램을 통해 연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박명지 은암미술관 학예연구원은 “과거를 상징하는 물건인 ‘연탄’을 주제로 이를 둘러싼 시간의 흐름 속 소실되거나 남겨진 흔적, 이에 담긴 추억을 ‘낭만’으로 규정해 전시에 담아냈다”며 “한 시대의 사람과 풍경, 우리 일상에 곁을 내줬던 것들을 사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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