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0(금)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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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군에서 30년 넘게 전통 발효 식품을 만들어 온 강산농원의 김영민(66·여) 대표가 그 주인공. 김 대표는 4대째 이어온 자랑스러운 가문의 유산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해왔다.
전북 익산이 고향이었던 그는 1993년, 성직자인 남편을 따라 보성에 정착했다. 벌교읍 생활개선회 회원으로 활동하던 중 농촌 여성들의 소득 창출 방안을 고민하게 됐고 가정대대로 만들어왔던 발효식품이 떠올랐다.
이후 감식초, 산야초 식초 등을 직거래하면서 농촌 여성들의 경제 활동을 도왔고 김 대표의 발효 식품은 전국에서 모범 사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역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각지에서 선진지 견학을 왔고 유명세로 수요가 빗발쳤다. 김 대표는 제품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보급할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고 마침내 강산농원을 설립했다.
강산농원은 1998년에 시작했지만, 그 뿌리를 찾으려면 훨씬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대표의 친정 식구들은 대부분 천식을 앓고 있었고 이 때문에 친할머니는 도라지 식초를 만드는 솜씨가 탁월했다.
그는 “천식이 심해 새벽에도 기침을 한 시간씩 하는 아버지를 위해 할머니는 늘 무언가를 담그셨는데 현미를 발효해 만든 도라지 식초였다”며 “아랫목 온도를 이용해 발효하고 성냥불로 발효 정도를 확인해 솔잎과 무명으로 완성하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첨단 기술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구전을 통해 전수된 가문의 비법은 김 대표의 손을 거쳐 현대 기술과 접목됐고,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게 됐다.
강산농원의 자랑 중 하나는 대한민국 전통 식품으로서는 최초로 해썹(HACCP) 인증을 받은 것이다. 이후 현재까지 총 11개의 인증을 획득했다.
그는 “당시에는 도전하기 어려운 인증이었지만 강산농원의 제품들이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됐다”며 “8개국에서 수출 100만 달러를 달성하며 한국의 전통 발효 식품을 세계에 알리게 된 것은 큰 성과였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끝없는 탄탄대로를 달릴 것만 같았던 그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2013년 발효 식품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 이후 수출길이 막혔고 국내 대기업과 체결한 계약도 무용지물이 되는 등 도산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는 “1천개의 항아리에 담긴 발효 식품을 버려야 했고 매출은 제로(zero)에 가까워졌지만 결국 5년을 버텼다”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고 싶은 절망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소중한 문화유산을 돈과 관계없이 이어가자는 일념으로 버텨냈고 결국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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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에게 강산농원의 제품은 식품 그 이상의 가치다.
그는 “강산농원을 운영하는 일은 단순한 사업이 아닌 조상들의 삶과 지혜를 이어나가는 것”이라며 “약식동원(약과 음식의 근본이 동일하다)의 원칙에 따라 원재료 선별부터 품질까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한국음식관광박람회 한국국제요리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는 “세대와 세대 간 구전으로 이어져 온 가문의 유산이 많은 사람에게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이 큰 영광이고 자부심”이라며 “지나온 시간보다 남아있는 시간이 적어진 나이가 된 만큼 앞으로는 비법을 전수하며 인생의 꽃과 열매를 피우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심경을 내비쳤다.
강산농원은 최근 다양한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과일 식초나 전통 재료를 블렌딩 한 티백 등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김 대표의 목표는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현대와 조화를 이루는 100년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명맥을 이어가는 것은 누군가의 고된 삶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임을 알기에 외국에서 100년, 200년 된 기업들이 현대와 전통의 맥을 이어가는 것이 부러웠다”며 “한국의 소중한 전통 식품을 이어가는 100년 기업을 만들기 위한 강산농원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정은솔 기자
정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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