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기 전남도립대 교양학부·문학평론가

며칠 전, 2025학년도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이 끝났습니다. 그 길고 긴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느라 정말 고생했습니다.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그동안 갇혀있던 울타리에서 벗어난 해방감에 젖어 있는지…, 아니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나 영화 관람을 계획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군요. 우리 세대도 그런 시절을 지나왔기에 여러분의 마음을 충분히 알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경험컨대, 수능 준비 내내 여러분을 괴롭히고 힘들게 했던 게 바로 잠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습니까? 막상 수능시험이 끝나니 그 많던 잠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말았지요? 그것은 심리적인 압박감에서 벗어난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여러분은 맘껏 즐길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학생 신분에서 크게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부모님께서도 나무라진 않으실 것입니다. 요즘 수험표 한 장만 있으면, 경제적으로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겠더군요. 영화관이나 공연장, 그리고 음식점 등에서 ‘수험생 특별 할인’이라는 문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기에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훌훌 날려버리길 바랍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곧 받아보게 될 수학능력시험 성적표와 다가올 대학 입시에 마음의 짓누름도 없잖을 것입니다. 대학 입시를 앞둔 이라면 그 같은 불안감은 당연한 일이지요.

올해 수능시험을 치른 수험생이라면 아마 가채점을 해봤을 테지요. 채점 결과 만족할만한 성적을 얻은 학생도 있을 테고, 그렇지 못한 이도 있을 것입니다. 전자의 경우는 천하를 얻은 듯한 기쁨에 들떠 있을 것이고, 후자의 경우는 마치 전장에서의 패장 같은 기분으로 낙담에 빠져 있을 줄 압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여러분이 꼭 명심할 게 있습니다. 그것은 대학 수능 시험이 인생의 항로에 결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수학능력 시험 결과 여부를 떠나 현실을 직시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게 훨씬 더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이미 수능시험은 끝났습니다. 그리고 주사위도 던져졌습니다. 지금은 수능시험 점수에 연연할 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제 대학 입시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벌써 각 대학의 입시설명회가 줄을 잇고 있으며, 학원가에서는 논술·면접시험 정보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정보를 꼼꼼히 챙겨보면서 입시전략을 짜는 게 지금으로서는 더 유용한 시간입니다.

사회라는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서는 수능 시험보다 더 어렵고 험난한 시험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직 고교 생활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사회 초년생으로서의 준비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대학과 사회생활은 반드시 책임이 따릅니다. 그러기에 지금이야말로 새롭게 시작할 삶을 준비하는 절호의 기회라고 봅니다.

여러분! 그대들이 생각하는 사회집단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사회 초년생이기에 배려해 줄 것이란 생각은 아예 접어두라는 겁니다. 인간의 삶의 본질과 가치, 그리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가 지금입니다.

오늘, 여러분이 여기까지 지치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러한 힘찬 발걸음이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올해 수학능력 시험을 치른 여러분에게, 이 시대의 모든 아버지를 대표해서 힘찬 격려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정말 고생했습니다. 우리는 그대들의 밝은 앞날을 위해 한없이 응원할 것입니다. 사랑을 듬뿍 담아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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