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광주교육 희망토크’가 23일 오후 북구 오치동 광주시교육연수원 중강당에서 열렸다./김애리 기자

광주시교육청이 주최하고 광주매일신문·광주시서부교육지원청이 공동 주관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광주교육 희망 토크’가 23일 광주시교육연수원 중강당에서 성료됐다. 이날 희망 토크는 정신건강의학 전문가를 비롯해 일선 학교에서 학교폭력(이하 학폭)을 지도하고 있는 교사, 학생, 그리고 학부모들이 한 자리에 모여 최근 이슈로 떠오른 딥페이크 피해 사례 등 다양한 학폭 사례와 이를 예방하기 위한 지혜와 대안을 제안해 교육 가족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날 희망토론에서 공유된 내용은 가·피해 학생간의 관계 회복, 가정과 학교에서 일상생활 지도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1부 강의=▲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진행=▲최형욱 아나운서
◇제2부 토크=▲김현수 교수 ▲박윤희 광주동구중학교학부모회 대표 ▲이호동 경신중학교 교사 ▲박소윤 영천중학교(3년)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회적 상태와 관계를 조종해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관계 공격이 이뤄진다. 관계 공격은 따돌리기, 소문내기, SNS 저격글 올리기, 친구 제외·배제하기, 친구 앞에서 무안·창피주기, 관심 주지 않기, 우정절교, 심리적 조종·압박하기 등의 분류로 나뉜다.

아이들이 속한 집단에 작용하는 법칙이 있다. 아이들은 패거리를 이뤄 지내고 사회심리학, 집단 역학에서 주로 연구하는 이 집단 사이의 보이지 않는 규칙은 아이들 사이에서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집단의 영향에 따라 아이들은 자신보다 선하게 행동하기도 하고 거꾸로 자신의 성향보다 더 공격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어른들은 잘 모르는 아이들의 숨겨진 삶’ 책에서 다섯 가지 법칙이 소개된다. 첫 번째 원칙은 집단 동조화다. 집단 동조화의 압력은 강하기 때문에 또래 안에서 존재하려면 또래에 동조를 해야한다.

두 번째는 소속감과 멤버십으로 인해 속한 집단에 따라 다르게 행동한다.

세 번째는 아이들의 집단 결속에서 작용하는 가장 큰 힘은 포함과 배제다. 한 편이면 선이고, 다른 편이면 악이 돼 동일한 잘못을 처벌하는 기준을 두고 같은 편이면 용서가 되고, 다른 편이면 용서하지 않는다.

네 번째는 사회적 서열 속에서 자신의 순위를 알아야 한다. 순위를 모르면 나댄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역할을 배정받는데 자신의 본성이 아니라, 역할의 본성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이렇게 법칙에 따라 또래 친구들간 관계 공격이 발생하는 이유는 집단 속에서 끊임없이 추구하는 욕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역량, 힘 과시,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어지는데 이런 태도나 영향이 아이들에게 관계 공격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 누군가를 고립시키고 제외시키는 것을 통해 힘을 과시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확인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관심을 끌고, 흥미를 돋구는 것을 통해 힘을 과시하기 위해 관계 공격을 이용하고 있다. 또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자신의 약점을 거론할 가능성이 있는 아이를 제거하기 위해 관계 공격을 이용하기도 한다.

아이들 사이에서 관계 공격이 발생하더라도 개입하기 어려운 것은 생각보다 이른 나이에 시작하고 있으며, 명백한 증거를 잡기 어렵다. 또 한 두명이 아니라 전체가 개입되고, 긴 결과에 비해 처벌의 수준을 정하기 어렵다.

일방적인 예방을 위해선 공격의 범위를 논의하고 토론하며 공격에 따른 조치를 정한다. 반 아이들과 역할놀이, 연극놀이, 낭독극을 통해 공격의 유형과 양상에 대해 경험하고 예측, 대처할 수 있게 한다.

특히 관계 공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학급 안에 작동하는 힘을 느끼고 파악해 누가 리더이며, 누가 혼자 다니는지, 아이들이 따르는 아이는 누군지 조사해 학급 내 관계 파악에 따른 조치를 준비한다.

관계 공격이 발생했을 시에는 관계적 공격 행위를 무시, 피해 학생에게 문제 해결을 전가, 상황 축소, 또래 중재 등을 절대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폭력 예방 교육의 혁신은 관계 중심의 폭력 예방 교육을 비롯해 공격적 행동·언어 분별하기, 싫거나 거절할 때 대안적 행동 배우기, 불편할 때 공격적이지 않는 행동 배우고 나누기, 학급 문화 개선하기 등이 필요하다.

◇이호동 경신중학교 교사 “가정부터 학폭예방 수시교육 필요”

2005년 교단에 서면서부터 ‘학폭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고 한 다짐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실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계속 발생했다. 학폭 근절을 위한 오랜 연구 결과, 반드시 필요한 것은 ‘학생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리고 학폭에 대한 연구와 실천 끝에 반에 ‘학교폭력 예방 7중 시스템’을 만들었다. 반에 이 시스템을 적용한 후로 단 1건의 학폭도 일어나지 않았다.

‘학교폭력 예방 7중 시스템’은 ▲학기 초 임원을 뽑을 때 임원의 조건을 반에서 일어난 학폭을 신고해 줄 사람 선출 ▲학폭 사례 및 학폭 예방 메시지를 시시때때로 전달 ▲칠판에 학폭 예방 365일 적시 ▲1-2달에 한 번씩 학폭 피해 또는 목격 내용 자체 조사 ▲반톡방에 학폭 관련 뉴스 및 학폭 메시지 시시때때로 전달 ▲반 전체가 보안관으로 학폭을 방관하지 않는 신고 교육 등이다.

학폭의 현장에는 교사보다 학생들이 함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동참해줘 한다. 학폭 발생시 본인이 피해자이든 목격자이든 즉시 신고를 해야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박윤희 광주동구중학교학부모회 대표 “자녀와 열린소통 감정 지지 중요”


학폭은 학생들의 심리·정신·신체 건강을 위협하며 나아가 사회 전반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피해·가해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 책임이라는 인식하에 어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수행돼야 한다.

학부모는 자녀와의 열린 소통을 통해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또 학교와 협력해 효과적인 예방 교육을 통해 자녀에게 올바른 행동 기준을 제시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자녀와의 열린 소통을 통해 학교에서 경험하는 일이나 감정을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격려하며 자녀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들의 감정을 이해하며 지지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밖에 학폭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체계적이고 전방위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예방 교육, 신뢰 형성, 적극적인 대응 등 협력적인 환경 조성은 아이들을 보호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박소윤 영천중학교 3학년 학생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어른의 역할”

학폭은 학생들에게 심각한 신체·정신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피해자에게는 큰 트라우마를 주며 평생을 괴롭힌다.

청소년기에는 같은 반, 학교 친구들의 시선이 많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폭 신고를 하면 자신을 약하다고 생각하거나 친구들에 배신자로 낙인이 찍힐까봐 두려워 피해를 당하고, 학폭을 목격 했음에도 신고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신고하는 방법을 몰라 신고하지 않은 피해자 학생은 없다고 생각한다. 용기를 내어 신고했지만 이후의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피해자들의 사례가 많아 신고 자체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는 어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폭을 단순한 하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학생들에게는 큰 도움이 안될 뿐더러, 많은 실망감을 느낄 것이다.

학폭이 일어나기 전과 후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고, 학생들간의 갈등을 충분히 해결해주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 무엇보다 학폭은 예방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리=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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