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 전남도 공무원교육원장　
　우리나라에 와서 사는 외국인들이 한국 사람의 생활환경을 살펴보다가 깜짝 놀라는 경우가 두어 가지 있다고 한다. 수 년 전에 누구로부턴가 전해들은 이야기인데 아직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그대로 옮겨 보겠다.
　그 하나는 웬만한 수준의 한국 가정을 방문했을 때 아파트건 단독주택이건 집안이 무척 깔끔한 것을 보고 내심 놀란다고 한다. 실내장식이나 가구도 서구의 상류가정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밖으로 나와 한 발짝만 떼면 여기 저기 널려있는 쓰레기, 지저분한 공공시설물, 무질서하게 매달려있는 상점의 간판 등 집안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거리 풍경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한다. 창피하지만 맞는 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주말이나 휴일에 건강을 지키기 위해 산을 찾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은 것에 한 번 놀라고, 막상 산에 올라가서는 아무데나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에 두 번 놀란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어 산행인파가 그 쪽으로 몰리고 있다는 데 외국인들이 더 놀라지 않을까 걱정이다. 여하튼 이런 현상은 우리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지만 의식수준은 이에 비례해서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중동의 두바이에서 보는 것처럼 불리한 환경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과 노력을 투입하면 인공 섬도 만들고 사막에 바닷물을 끌어 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환경을 깨끗하게 보전하는 일에는 이렇게 큰 돈을 쏟아 붓지 않아도 된다. 일상생활에서 우리 모두의 작은 실천으로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인 것이다.
　오늘부터 길바닥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일, 그것도 차를 타고 가다가 차창 밖으로 꽁초를 내던지는 일부터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힘겹게 거리청소를 하고 있는 환경미화원 바로 앞에서 함부로 침이나 껌을 내뱉는 상식이하의 무례도 더 이상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와 1회용 그릇을 분리하지 않고 내놓는 일, 논과 밭에 쓰고 난 비닐이나 농약병을 치우지 않고 방치하는 일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경관을 해치는 간판이나 시설물을 그대로 두고 보는 무관심, 산과 바닷가에 몰래 폐기물을 내다 버리는 비양심적 행동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지역이나 나라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나쁜 생활습관을 하루빨리 고쳐나가야 하겠다.
　더 나아가 환경보전은 주위의 청결을 유지하자는 수준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자연을 파괴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면 인류에게 무서운 재앙이 돌아온다는 사실을 새삼 재인식해야 한다. 이런 인식의 바탕 위에서 삶의 터전인 국토를 보전하고 하나 뿐인 지구를 살리기 위해 행정기관은 행정기관대로 환경단체는 환경단체대로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기오염, 수질오염, 토양오염, 소음공해를 계속 줄여나가야 한다. 배출허용 기준을 초과하는 공장폐수, 축산폐수, 생활쓰레기, 매연, 악취도 엄격히 단속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환경을 중요시하더라도 맹목적인 보전에 집착하는 것은 곤란하다. 균형감각을 갖고 '개발과 보전의 조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뜻이다. 오랜 낙후를 탈피하기 위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고 있는 우리 지역의 경우,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의 추진이 필수적이고 어느 정도의 자연훼손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무분별한 난개발은 막아야 하겠지만 환경친화적인 질서 있는 개발마저 주저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주지하다시피 전라남도의 도정목표는 '미래를 여는 풍요로운 전남'이다. 여기에는 전남의 운명을 바꾸려는 강력한 개발의지가 담겨 있다. 또한 전라남도를 상징하는 슬로건 '녹색의 땅 전남'(Green Jeonnam)에는 친환경농업의 메카라는 뜻과 함께 천혜의 자연환경을 잘 지키고 가꾸자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와 같이 개발과 보전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추구해나간다면, 깨끗한 환경 속에서 고루 잘 사는 전남은 그리 멀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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