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영권 승계 관련 삼성물산 합병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자신의 수사에 대한 기소의 타당성을 판단해 달라면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이 검찰수사와 기소 과정 등에 대한 심의를 하기 위해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주로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해 수사 계속 여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등을 심의한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은 권고적 효력만 있지만, 검찰은 위원회의 결정을 모두 따랐다.

그동안 검찰심의위원회는 검찰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검찰에 의해 이용되어왔다. 그런데 이번에 피의자 신분인 이재용 부회장 측에서 소집을 요청함으로써 피의자가 이용한 최초의 사례가 되었다. 지금까지 위 제도를 피의자가 이용한다는 생각들은 거의 하지 못하였다. 원래 공공기관에 설치된 각종 위원회는 그 기관 결정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로 활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는 검찰도 예외는 아니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이외에도 검찰시민위원회, 항고심사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가 있지만 이는 주로 검찰 결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의 외관을 형성하기 위한 도구로서 역할에 충실했다.

최근에는 피의자가 검찰수사자문단의 검토를 요청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최측근 검사장 사건과 관련이 있는 채널A 기자는 자신에 대한 강요미수 수사와 관련해서 검찰수사자문단에 혐의유무에 대한 검토를 요청했다. 검찰 내부에서 격론이 오갔지만 그 요청은 받아들여졌고 곧 심의를 앞두고 있다. 또한 최근 상상인그룹 유쥰원 회장과 함께 구속된 모 변호사도 검찰수사자문단의 검토를 요청했다.

최근 들어 검찰수사의 타당성 여부에 대한 검증요청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피의자들의 방어 전략의 일환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당사자들이 검찰수사에서 주로 문제를 삼는 분야는 특수수사 등 인지수사 영역이다. 인지수사는 처음부터 검찰이 직접수사를 해 혐의유무를 밝히는 수사다. 1차적으로 경찰수사를 거쳐 검찰로 넘어오는 송치사건과는 구별된다. 반부패수사부(특수부), 강력부, 공안부, 금융조사부 등이 인지부서이다. 검사들은 인지부서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반부패수사부나 금융조사부 근무를 선호한다. 이는 송치사건을 처리하는 것보다는 더 성취감이 있고 나중에 승진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은 소위 특수통 검사들이 대다수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지부서를 가기 위한 검사들끼리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이로 인한 형사부 검사들의 소외감은 상당하다.

그런데 검찰 인지수사의 폐해는 만만치 않다. 송치사건보다 훨씬 높은 무죄율이 이를 반증한다. 검찰 인지수사의 경우 법률전문가인 검사가 처음부터 직접 수사를 하기 때문에 무죄율이 훨씬 낮아야 정상이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박근혜 정부에서 검찰이 특별수사단까지 만들어 의욕적으로 수사를 했던 방산비리사건의 경우 무죄율이 44%에 육박했다. 거의 절반이 무죄선고를 받은 것이다. 일반 형사사건 무죄율의 20배에 해당한다. 그 이유는 인지수사의 경우 처음부터 목표를 가지는 수사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방산비리수사단과 같이 특정한 수사를 위해 설치된 부서의 경우 그 목표의식은 더욱 강하다.

인지부서 검사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인지부서로 왔기 때문에 능력을 인정받기 위하여 열심히 노력할 수밖에 없다. 오직 수사 성공만을 위해 매진해야 한다. 수사의 최고 성공은 구속기소이고 최소 성공은 불구속기소이다. 실컷 수사해놓고 불기소하는 것은 수사능력의 부족을 의미한다. 검사는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지만, 인지수사에서는 기소를 위한 증거수집에만 매진한다. 이에 따라 혐의입증에 반대되는 증거는 애써 외면하게 된다. 하지만 반대증거가 언제까지 감추어지지는 않는다. 기소가 되면 변호인에 의하여 법정에 현출이 되고 이는 무죄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 검찰 특수수사의 무죄율이 높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사건에서는 무죄가 선고돼도 대부분 법원과의 견해 차이로 간주되고 담당검사와 결재라인에 별다른 불이익이 가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특수통으로 분류되어 더욱 승승장구한다. 이에 대한 형사부 검사들이 불만은 상상 이상으로 높다. 검찰 내부 분열의 주된 원인이다.

검찰 출신 변호인들이 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검찰 특수수사의 경우 처음부터 검사의 선입견이 너무 강해서 아무리 의견서를 제출하고 반대증거를 제시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판사들은 최소한 변호인 의견서를 읽어보기라도 하는데 검사들은 잘 읽지도 않는다고 토로한다. 아마 그들도 검찰에 있을 때는 그런 식으로 업무처리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을 때는 잘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퇴직하고 변호사로 활동을 해보니 검찰 인지수사 방식의 문제점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검사들이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말이 있다. 검찰은 준사법기관이라는 단어다. 그런데 최소한 특수수사 등 인지수사 영역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저 수사기관일 뿐이다.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국민이 부여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그 내용은 검사 임용시 선서하는 대한민국 검사선서문에 잘 담겨져 있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검사”이다. 부디 검사들이 검사선서문에 충실하여 신뢰받은 검찰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