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의 변화가 눈길을 끈다. 유례없는 폭우로 물에 잠긴 구례에서의 복구 작업을 비롯해서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언행도 파격적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민주열사 앞에 무릎을 꿇고 “5·18 민주 영령과 광주 시민 앞에 이렇게 용서를 구한다”며 “부끄럽고, 부끄럽고,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너무 늦게 찾아왔다. 벌써 100번 사과하고 반성했어야 마땅한데, 이제야 그 첫걸음을 떼었다”며 용서를 구했다. 그가 말한 ‘첫걸음’의 울림이 광주, 그리고 대한민국의 커다란 변화를 예감케 한다.

정치적 변화에 그치지 않고 민생입법에도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가뜩이나 서민경제가 힘든 시기에 수해피해까지 겹치면서 고사 직전까지 내몰리는 상황이다. 이처럼 위급한 시기에 미래통합당이 내놓은 선제적인 민생입법은 소위 ‘꼰대당’으로 폄하됐던 당의 이미지를 바꾸고 국민들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당장 미래통합당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지지율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결국 여당에서조차 민심을 살피는데 소홀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청와대는 여야 대표회담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래통합당의 변화는 당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에서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2016년 이후 치러진 네 번의 중요한 선거 결과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2016년 20대 총선, 2017년 19대 대선, 2018년 7대 지방선거, 그리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2020년 21대 총선의 참패가 그것이다. 특히 2020년 2월15일 자유한국당에서 미래통합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난 뒤의 총선 참패는 이념적 지형의 균형마저 무너뜨리는 참담한 결과였다. 이제 더 이상은 이념적 대결로 안정적 득표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위기의식은 당연히 민생을 우선순위에 두는 정치적 변화로 나타났다.

광주와 전남에서 미래통합당의 존재가치는 더욱 초라했다. 18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광주와 전남에서 당선은 고사하고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지역구가 대다수였다.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4·15총선 당시 미래통합당의 지지율이 5%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고 보면 그야말로 척박한 땅이었던 셈이다. 그 척박한 땅을 찾은 김 위원장의 언행을 정리해보면 ‘밭을 탓하지 않는’ 기조가 뚜렷이 읽힌다. 잘못한 것은 철저하게 반성하고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정치로 보답하겠다는 것이다.

지역의 여론도 달라지는 기류가 확연하다. 사실 지역의 미래를 놓고 보면 어느 한 정당이 독식에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동안 미래통합당이 보수의 깃발을 들고 영남 패권주의를 고집하는 동안 호남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본 정치세력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이다. 진보와 보수로 극명하게 갈라진 정치 환경은 기형적이고 극단적인 독점구조를 낳은 것이다. 누군가는 진영정치의 장점을 주장할 수 있겠지만 폐해가 훨씬 더 크다는 것이 대다수 의견이다.

미래통합당의 변화에 대해 여전히 차갑고 싸늘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치는 늘 정반합의 원리로 작동된다거나, 새는 한쪽 날개로 날 수 없다는 등의 원론적인 이야기를 떠나서 광주를 찾아, 광주정신으로 국민과 함께 하겠다는 반성과 다짐조차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협함이 어떻게 논리이고, 주장일 수 있겠는가. 해묵은 기억과 논리에 갇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과 다름없다. 우물 안 개구리는 자신의 울음이 귀를 찢는 큰소리라 착각하지만 한 줄기 바람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선인의 말이 있다.

미래통합당이 광주를 찾아 보여준 모습에서 변화를 기대하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제와 다른 오늘이 있고, 오늘과 다른 내일이 기다리고 있기에 세상은 변화하고 발전한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아야 한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역사 앞에, 국민 앞에 늘 겸손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이어야 한다. 또한 명심해야 한다. 국민들에게는 삶의 행복이 가장 확실한 이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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