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은 모든 가정의 공통현상입니다. 이 때문에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한 일터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많은 사람의 수입이 줄어들게 되었고, 특히 일자리를 잃게 된 가구의 구제문제는 모든 국가의 현안입니다. 한편 이런 예측하지 못한 반강제적 격리를 슬기롭게 활용하는 사람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녀의 육아나 학습돌보기, 집수리, 가족 간 여가 확대 등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그간 금과옥조로 여겼던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소비하던’ 생활패턴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조금씩 터득해 보는 것입니다. 팬데믹 이후에도 경제는 쉽게 나아질 것 같지 않고, 따라서 각 가정의 수입이 좋아질 가능성도 불확실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세계경제의 회복을 위해서는 시급히 재난지원금을 푸는 이상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특히 경제의 새로운 모델이 구축되어야 합니다. 우선 지나치게 과대평가되고 자기조정이 불가능한 시장경제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할 필요가 있습니다(칼 폴라니). 4차산업, 신기술, 친환경산업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이에 따른 문제점도 새롭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입니다. 사람과 자연을 아우르는 경제의 대전환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그런데 이런 대전환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하지만 개개인이 시도해보는 미시적인 선회는 상대적으로 전환이 용이합니다.

‘제3의 경제학’ 저자인 보스턴대학교 사회학과 줄리엣 B. 쇼어 교수는 ‘근로 시간이 많을수록 소비와 지출의 규모가 함께 커지는 반면 사회적인 유대는 허약해지고, 심지어 행복감도 떨어지는 것을 목격하고 근로 시간을 줄이고 여유 시간을 확보하여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도록’ 권고하였습니다. 막연하게 거시적 개혁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개인들이 나서서 시장 밖에서의 다양한 활동으로 더 나은 삶을 모색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개인적 선택의 방안을 살펴보면, 우선 비자발적이지만 근로시간 단축의 긍정적인 면을 보아야합니다. 비록 수입은 줄었지만 시간적 여유는 확보한 셈이며,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이웃과 교류할 틈도 얻게 된 것입니다. 이런 긍정적 수용이 가장 중요합니다.

둘째, 가정에서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이전처럼 시장에서 구입하기 보다는 스스로 만들거나 재배하고 직접 처리해보는 것입니다. 가족을 위한 식사준비, 베란다 텃밭 경작, 집안 페인트칠 등을 손수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체조달을 하게 되면 사야 할 물건이 줄어들어 그 만큼 덜 벌어도 될 뿐만 아니라 마음의 여유와 만족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셋째, 나의 소비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려는 착한 소비의 실천입니다. 연비를 고려한 차량선택, 에너지 소비가 적은 주택이나 가전제품 구입, 구매주기의 연장 등 적정소비가 가계비용을 줄일 뿐만 아니라 지구생태계를 복원하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넷째, 지역사회 및 사회적 네트워크 활동을 재개하는 것입니다. 그간 시장중심경제에 매몰되어 이웃, 공동체와의 상실된 사회적 유대를 복원하는 것입니다. 어려울 때 일수록 서로 도와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웃 간 나눠 쓰기, 물물교환, 품앗이 육아 등을 실천해 보는 것입니다. 비록 수입은 줄어들더라도 서로 보살피는 삶을 즐기며 상생하는 지역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오직 경제성장만이 풍요의 길이라는 단선적 사고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길이 보이게 됩니다. 내가 주체가 되어 내 삶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더 나은 삶의 방식’은 시장경제에 맹종하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시간을 이용하여 자신의 역량개발을 위해 지식과 정보를 체득하고, 지역사회의 재건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건강한 삶을 의미 합니다. 나로부터 시작한 건강한 삶이 우리 모두를 살리는 삶으로 퍼져나간다면, 우리가 진정 바라는 지구촌의 아름다운 미래상에 이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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