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남부대 교수·웃음명상 전문가

지인들이 가끔 SNS로 보내는 사진이 하나 있는데 흰색 고무신이다. 이름하여 ‘백신’이다. 요즘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한 백신 개발과 백신접종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고 언제, 누구부터 맞을 것인가? 내 차례는 언제나 올 것인가? 심지어 빌 게이츠의 딸이 자신의 SNS에 백신에 대한 음모론을 겨냥해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메시지를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일상이 된 지 어언 1년이 지나고 우리 생활은 많은 변화와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죽음에 대한 공포와 신체적인 고통을 안겨다 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고 인간이 수백 년간 살아온 생활의 방식마저 뒤바꿔 놓고 있는 현실이다. 외국에 있는 지인들 중에 코로나19에 걸려 엄청난 고통을 겪고 살아나왔다고 그 소회를 털어 놓는데 듣는 필자도 소름이 돋을 지경이였다.

의료 환경이 좋지 않은 후진국의 경우 그 심각성은 말로 할 수 없다고 하니 그 두려움은 상상하는 것을 뛰어넘는다.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의 경우도 늘어나는 환자를 감당해 내지 못하는 의료 시스템의 붕괴와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교포들의 고통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고 SNS를 통해 전해 듣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고 변이를 거듭하기 때문에 그 위험성이 크다. 인간이 하는 큰 착각 중에 하나가 자신은 ‘죽지 않는다는 것’ 또 ‘코로나19에 안 걸리겠지’라는 생각 일 것이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만약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매 순간을 살아간다면 아마 성인의 경지에 오르게 될 것이다.

백신은 예방약이다. 우리가 감기 예방 주사를 맞아도 감기에 안 걸리지는 않는다. 그렇듯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아도 자신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약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필자는 홀로 있는 시간을 많이 가졌는데, 사실 많은 대중들을 만나 강연을 하고 교육을 하는 것이 나의 일상이였는데 극도의 고독 속에서 홀로 지낸다는 것이 처음에는 큰 불안감이었고 공포였다. 그렇지만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라면 받아들여야겠다는 마음이 생겼고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에 가르쳤던 명상법을 되새기면서 수련을 했다. ‘알아차리고 흘려보내고 집중하라’ 끊임없이 호흡에 집중하면서 우리 삶은 ‘호흡지간(呼吸之間)’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해인 수녀께서 암의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 중에 고통을 끊임없이 바라보다 보면 그 고통 또한 사라진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이 난다. 지금의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고통을 끊임없이 바라봐야 한다. 지금 우리는 나 아닌 다른 이의 삶에 너무 관심이 많다. 특히 SNS를 하다 보면 나 아닌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누구와 밥을 먹고 누구를 만나고 어디를 갔었고 ‘좋아요’, ‘댓글’을 다느라 진정 나 자신을 보살필 시간이 없다. 최근에 유명 유튜버의 자살사건도 타인의 댓글로 인한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코로나19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에 백신을 놓아야 한다.

지금 나 자신이 어디에 있고 지금 내가 원하는 행복한 삶이 무슨 삶인지? 묻고 답하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더 큰 마음의 병을 치유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벗어 나기 쉽지 않는 물질에 대한 욕심과 본능은 나 자신을 삶의 수행자가 아닌 삶의 소비자로 전락시켜 버린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잠시 나 자신을 만나는 시간을 더 늘려보고 자신이 진정 원하고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들어보자.

나훈아 씨의 노래 ‘테스 형’ 한테 물어도 그 답은 없고 오로지 자신 안에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이미 그전에 준비되어 왔던 세상의 변화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로봇과 AI가 우리의 노동력을 대신할 때 우리는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그 준비가 바로 우리 마음에 백신을 맞는 것이다. 주사 바늘이 피부를 통과할 때 살짝 아프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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