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태 전남대 교수

정국은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서 촉발돼 전국으로 확산된 공무원과 공직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맞물려 요동치고 있다. 평범한 서민들은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치솟는 집값 상승, 보유세의 급등과 더불어 엎친데 덮친격으로 정부와 공공기관 공직자들의 땅 투기 바람으로 울분과 분노가 가득차고 내 집 마련의 꿈을 앗아간 허탈감에 빠져 있다.

특히 청년은 취업으로 저소득계층과 중산층은 소득 불평등으로 삶은 여전히 고달프다. 이제 1년도 채 남지 않는 대선은 불평등 해소와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는 방안이 주요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것은 기회와 소득의 불평등과 분배 과정의 불공정으로 2011년 미국과 전 세계에서 발생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처럼 심각한 국론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람들의 생활수준 향상은 시간당 생산량인 노동생산성의 증가로 가능해졌고 노동생산성은 실물자본 확충, 인적자본 축적, 기술진보에 의해서 증가하였다. 특히 기술진보는 국가의 지원에 힘입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증가시켰다. 이것은 기술이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업무 및 공정의 개선과 신기술의 활용으로 노동과 자본이 보완재로 작용해 생산량이 증가하고 노동의 수요도 증가해 생산성 향상을 가져온 매킨지 보고서의 ‘월마트 효과’(크루그먼의 경제학)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 빅데이터 활용에 힘입은 기술진보는 노동을 대체하고 청년층의 신규진입을 억제시켜 노동의 몫인 임금을 감축해 소득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으로 획기적인 기술진보는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과 기존 일자리의 소멸을 동시에 초래하지만 인공지능이 체화된 자본이 노동을 효율적으로 대체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여 생산량을 증대시키는 것이 충분하다. 이것은 실물자본에 대한 수익체감의 법칙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총요소생산성 증가와 인공지능이 체화된 자본의 수확체증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활용의 산업에서 수확체증 현상이 발생하면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온라인·모바일 플랫폼 다국적기업들이나 국내 IT기업에서 자연독점적 경향이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면에 기술진보는 생산요소의 독과점을 초래해 소득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단순·반복적 및 전문적인 영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구매력 감소로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이것은 인공지능자본(로봇)의 도입이 생산량을 증대시켜 자본가의 보수는 증가하지만 생산성 향상 설비를 넘어서 노동과 대체재로 작용하여 실업을 초래하고 소득 격차를 확대시키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재난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언택트 기업 간의 격차로 일부 기업 및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몰락을 초래한다. 기술진보로 공급은 충분하지만 수요가 부족할 때 비숙련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능하지만 기술적 실업은 기본소득으로 구매력을 회복시켜야 할 것이다.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은 모든 국민에게 재산, 소득, 취업 등과 상관없이 동일하게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현금소득으로 사회보장제도와 다르다. 해외도 시범 사업과 논의를 시작하고 있으며 국내도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은 지역적 한계는 있지만 일부 계층에게 소득의 일부만을 지급하는 부분적 기본소득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기본소득이 기존의 청년 관련 사업들을 대체할 수 있는지, 신규 고용시장의 참여 의욕을 유도하는지 또는 취업의 시기를 연기시키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현재는 기본소득 실험의 한계가 있음에도 완전하지 못하지만 모든 개인들에게 일부나 특수한 계층에게 지급하거나 일정 소득이하의 가구에 대해서 지급함으로써 일부의 사회보장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탄력적이고 유연한 부분적 기본소득의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

기술진보의 혜택은 기술력으로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확보한 디지털 플랫폼 기업과 생산요소를 독점하여 기하급수적으로 부를 축적하고 있는 억만장자 등 부유한 계층에 집중되고 있다. 기술력을 소유한 자본가 계층은 근로소득 계층에 비해 더 낮은 세율을 부담하고 있으며 플랫폼 글로벌 기업은 전 세계에서 매출을 올리지만 본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거의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벨상 수상자 스티글리츠 교수와 파케티 교수가 제안한 개인의 순자산 가치를 기준으로 부과하는 부유세와 유럽 연합에서 논의되고 있는 플랫폼 글로벌 기업에 부과하는 디지털세(일명 구글세) 도입의 검토도 필요하다. 또한 대부분의 기술적 실업은 인공지능을 체화한 자본(로봇)의 도입으로 발생한다.

재원은 인공지능의 발달 단계에 따른 로봇의 자동화 정도와 노동 대체로 발생하는 실업 수준에 의해서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권고한 소득세 개념의 단계별 로봇세 도입의 필요성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부유세는 개인의 자산 가치 측정 문제, 디지털세는 이중 과세 및 가격 인상의 문제, 로봇세는 납세 주체의 법적 자격과 생산성 저해 문제 등이 있지만 기술진보 혜택의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이제 다가오고 있는 기술진보와 실업 간의 관계를 대비할 정책수단으로서 공정한 과세와 기본소득 및 재원 마련 방안을 고민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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