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준 법무법인 LKB 대표변호사/前 광주지검 차장검사

지난 3월24일 대검찰청은 대검예규를 개정해 같은 달 25일부터 별건수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대검은 별건수사를 ①검사가 직접수사 중인 사건(본건)의 피의자가 범한 다른 범죄 ②피의자의 배우자·직계 존비속이 범한 범죄 ③피의자 운영 법인의 임원이 저지른 범죄로 규정했다. 그리고 이러한 별건수사는 원칙적으로 본건 수사부서가 아닌 다른 수사부서에서 수사해야 하고 본건 수사부서에서 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러한 방안이 나오게 된 것은 한명숙 전 총리 2차 뇌물사건과 관련된 모해위증교사사건의 기소여부를 둘러싸고 법무부와 갈등을 빚은 것이 그 배경이 됐다. 2차 사건이 별건수사라는 비판이 있기 때문이다.

별건수사란 특정 범죄혐의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그 혐의입증이 어렵거나 수사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거나 이미 기소된 사건이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있을 경우 원래 범죄혐의와는 관련 없는 사안을 조사해 피의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해 억지로 자백을 받아내는 수사방식을 말한다. 피의자들은 별건수사 때문에 억울함이 있어도 수사확대가 두려워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자백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살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2015년 4월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역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 비리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은 숨지기 며칠 전 언론 인터뷰에서 “검찰 조사도 자원이 없으면 그만둬야지. 마누라, 아들 다 뒤집어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요즘엔 마약이나 폭력범도 그렇게 안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별건수사의 심각한 폐해를 통탄한 것이다.

이러한 별건수사는 주로 특수수사에서 발생한다. 경찰 송치사건인 형사사건에서는 굳이 별건수사를 할 필요성이 없다. 경찰수사의 당부를 판단하는 것이 주된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수수사는 이와는 다르다. 처음부터 검찰에서 직접수사를 하기 때문에 목표를 가질 수밖에 없다. 목표를 가진 수사는 매우 위험하다. 그 목표는 구속 아니면 최소한 기소이기 때문이다. 애당초 혐의없음은 고려사항이 아니다. 결백을 밝혀주기 위해 특수수사를 하지는 않는다. 수사를 잘 한다고 인정받아서 인기부서인 특수부에 온 수사담당검사는 수사를 해보니 혐의가 없다는 보고를 하기가 어렵다. 그렇게 되면 수사능력이 없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원래 혐의사실의 입증이 쉽지 않으면 다른 혐의를 조사해 자백을 받으려고 압박한다. 심지어는 피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회사의 비리까지 파헤친다. 이러한 수사를 당하면 피의자는 혐의사실에 대해 다투고 싶은 의지를 상실하고 만다. 괜히 다투었다가 다른 곳으로까지 불똥이 튈까봐 두려워 억울하더라도 인정하는 쪽을 택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권보호와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헌법적 가치는 무색해진다.

검찰제도의 탄생이유는 경찰의 인권침해적 수사와 불법수사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악습은 그대로 재현된다. 이렇게라도 자백을 받아내면 그 수사는 성공한 수사로, 그 검사는 수사를 잘하는 유능한 검사로 평가를 받으면서 특수통 검사로 승승장구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폐단은 왜 반복되어 왔을까? 근본적인 해결책은 바로 이 질문에 있다.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제대로 된 해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별건수사의 원칙적 금지조치는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검찰은 피의자의 자살 등 대형사고가 있을 때마다 별건수사 금지를 외쳐왔다. 2009년 9월 김준규 전 검찰총장은 “별건, 압박수사를 없앤다”고 했고, 2013년 12월 김진태 전 검찰총장은 “저인망 별건 수사 안 한다”고 했으며, 2018년 8월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은 기업대상 별건수사를 하지 못하도록 지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건수사의 페단은 개선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는 검찰의 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과연 검찰은 수사기관인가 준사법기관인가? 검찰은 경찰과 수사권조정이나 사법개혁 논의시마다 준사법기관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준사법기관인 검찰의 경찰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있어야 인권침해적 불법수사를 방지하고 인권을 옹호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특수수사의 영역에서는 준사법기관이라기보다는 수사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검찰이 처음부터 직접수사를 하는 이상 별건수사의 폐단은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 이는 그동안 다양한 금지조치에도 별로 개선되지 않은 역사적 사실이 입증한다. 검찰은 검찰의 탄생이유에 걸맞게 직접수사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준사법기관으로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별건수사는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검찰제도의 탄생배경에 부합하도록 경찰수사에 대한 검사의 적절한 사법적 통제수단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견제의 균형의 원리가 작동한다. 그런데 지난 수사권조정에서는 검찰권약화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그러한 장치를 모두 없애버렸다. 진정으로 인권보호적 수사제도를 구축하려면 구호보다는 본질에 걸맞는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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