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레텐회에 생활자기

마가레텐회에 6가지 유약

마가렛 꽃이 많은 동산이라는 뜻의 마가레텐회에는 1924년 독일 에센 지방에 설립된 생활자기 공방이다. 마가레텐회에는 노동자를 위한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자는 ‘바우하우스’의 이념을 실천해왔다. 생활에서의 경험을 중시하며 작품에 반영했던 바우하우스 예술가들처럼, 마가레텐회에 장인들은 아름다운 형상만큼이나 쓰임을 고민한 실용적인 도자기를 만들어왔다. 가장 편리하면서도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갖추도록 표준화된 형태와 여섯 가지 유약은 마가레텐회에 특유의 미학이다.

신세계갤러리가 마가레텐회에 공방 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공방에서 제작된 생활자기와 공방을 이끌고 있는 이영재 작가의 도자 작업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쓰임: 100년 공방 마가레텐회에와 이영재’전을 개최한다.

오는 27일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지난 3월 대구신세계갤러리에 이어지는 순회전이다. 이후 대전과 강남신세계갤러리에서도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는 마가레텐회에 장인들이 제작한 다양한 형태의 생활자기 1천300여점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로, 이를 판매해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마가레텐회에와 한국은 특별한 인연이 있다. 현재 공방을 이끌고 있는 이가 1972년 한국에서 독일로 건너가 도예와 미술사를 공부하고, 독보적 가치를 인정받은 도예 작가 이영재이기 때문이다. 1987년 공방 대표가 된 그는 2006년에 공방을 완전히 인수해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을 대표하는 도자 공방으로 운영 중이다.

이영재作 ‘방추항아리’(사진 위)와 ‘항아리’

이 작가와 마레텐회에는 한국의 오랜 도자 전통이 만들어낸 특유의 정서와 바우하우스적 실용미를 결합해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답고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그래서 오래 볼수록 더욱 좋은 자기를 제작해 왔다.

한국과 독일은 도자기의 기본 재료인 ‘흙’의 성질부터 제작과정과 결과물까지 상이하기에 서로 다른 도자 전통을 발전시켜왔다.

두 국가의 도자 문화의 차이와 특성을 깊이 이해하고 융합한 이 작가의 작품들은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없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단순한 형상처럼 보이지만, 미세한 선의 차이와 유약 활용에 따라 각기 다른 매력을 전달하는 ‘사발’, 두 개의 사발이 합쳐져 만들어지는 ‘방추 항아리’는 작가만의 독특한 해석을 통해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변화시킨 대표적 예다.

다양한 미학적 실험 속에서도 ‘쓰임’에 대한 작가의 고민 역시 지속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의 도자기는 미국 무대 연출가 로버트 윌슨이 애장하는 그릇이자 독일 쾰른 성 베드로 성당의 미사용 성배로써 사용됐다. 마가레텐회에 공방 생활자기 역시 벨기에와 요르단 왕실 식기 세트로 사용되며 그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증명해 왔다.

신세계갤러리 관계자는 “쓰는 사람에 따라 용도가 달라지는 이영재의 사발과 항아리, 그리고 삶의 공간을 또 다른 풍경으로 변화시키는 마가레텐회에의 생활자기까지 실용성과 미학적 아름다움을 겸비한 특별한 도자기를 만나는 자리가 될 것이다”며 “이번 전시가 바쁜 생활 속 작은 쉼표가 되고, 앞으로의 일상에 아름다움을 더하는 변화의 시작점이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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