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혼돈 속에서도 조사 기한 연장 등 내용을 담은 여수·순천 10·19 사건 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주 국회를 통과했다. 법안에 따르면 조사 분석 기간을 최장 2년, 보고서 작성은 필요시 6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위원을 구성 시 국회가 4명을 추천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유가족은 물론 지역사회가 환영하고 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국가가 억울한 희생의 진상을 규명하고 희생자 명예를 회복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논평했고, 정기명 여수시장도 “깨진 거울로 세상을 비추는 사람들이 왜곡을 일삼아도 흔들림 없이 진실을 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도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고 추후 입법과제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순사건은 주지하듯 한국전쟁 전후 잘못된 국가 권력에 의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고초를 겪은 현대사의 비극이다. 피해자가 1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국회 첫 발의 이후 20년 만에 특별법이 제정됐음에도 ‘반란’의 오명은 여전히 덧씌워 있는 실정이다. 12·3 비상계엄 모의 정황 문건에서도 똑같이 표기해 공분을 샀다. 유족들은 희생자를 모욕하는 행위라며 실체를 밝히고 책임자를 엄벌하라고 강력 촉구하고 있다.

유가족들의 오랜 기다림 끝에 조사 기한이 연장돼 다행스럽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라는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도 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76년 통한의 세월에 다시 한 번 응답한 것이다. 지역사회와 정치권이 계속 의지를 모아야 한다.

부당한 공권력으로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이다. 반란이 아니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중차대한 과업이다. 가족을 가슴에 묻고 숨죽이며 살아온 유족들은 오로지 진실이 밝혀지기만을 바란다. 한 분도 빠짐없이 조사 기한 내에 신고를 접수하고 정당하게 피해자로 인정받아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 이번 계엄령 선포 이후 여순사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너무 많이 늦었다. 완전한 진상 규명에 더 속도를 올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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