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6(월) 20:19
이제 헌법재판소의 시간이다. 희대의 국정농단으로 파면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접수부터 선고까지 91일 걸렸다. 가급적 이보다 더 빠른 시일 내 결정돼야 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로 2개월 안팎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작금의 위급한 경제 여건과 한반도를 둘러싼 불안정한 안보 문제를 고려하면 대행 체제론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질서있는 심판’이 결코 길어져선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공동 발의한 탄핵안은 윤 대통령이 발령한 계엄이 국민 주권주의와 권력분립의 원칙을 비롯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군에 국회 봉쇄와 의원 체포 등 내란에 해당하는 명령을 내린 혐의가 포함됐다. 전체 재적 의원 300석 가운데 3분의 2인 200석이 가결 요건이었으나 찬성 204표로 통과됐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 192석을 포함해 부결 당론을 유지한 국민의힘에서 12표가 더해졌다. 기권과 무효표 등 소극적 이탈 11표에 이른다. 지난 7일 1차 표결에선 여당 집단 보이콧에 따라 의결 정족수 미달로 폐기된 바 있다.
매서운 추위에도 국회의사당과 광주 5·18민주광장 등 전국 각지에서 국회를 지켜본 국민들의 뜨거운 함성이 터졌다. 얼싸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1980년 5월의 대동세상과 연결된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2024년 12월14일 오후 7시24분. 탄핵소추 의결서 등본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전달되면서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헌법이 부여한 국가원수 및 행정부 수반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비상계엄 가담자 영장에 내란 우두머리로 적시된 윤 대통령을 향한 강제 수사도 본격화되고 있다. 현직은 형사상 불소추특권이 있지만 헌법 84조에 따라 내란·외환의 죄는 예외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필두로 계엄군과 경찰 지휘부에 대한 구속이 속속 집행되고, 국무위원 등 소환조사에도 속도가 붙었다.
내치는 물론 외교와 안보를 총괄하게 된 한덕수 대통령 대행 국무총리는 오직 국민과 국익만 생각하며 위기 극복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국정 정상화를 위한 초당적 협력체, 국회와 정부가 함께하는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안정적인 국가 운영을 위한 소통, 상생에 최선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작은 산 하나를 넘었을 뿐이다. 헌재 심리를 통해 결론이 나오기까지 큰 산이 기다리고 있다. 희망의 촛불을 앞으로도 밝혀야 한다. MZ세대의 응원 봉도 반짝일 것이다. ‘빛의 혁명’은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
대통령 궐위가 길어질수록 정치적 혼돈이 깊어지고 외교·경제적 신인도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헌재는 180일을 다 채우지 말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최대한 신속하고 공정하게 판단을 내려야 한다. 재판관이 현재 3명 부족한 6인이지만 국회가 후임자 추천을 마친 상태인 만큼 정원 9명 체제로 복귀 가능성이 우세하다. 헌법 113조 6인 찬성 규정을 충족한다면 절차적 정당성 논란까지 차단하게 된다.
헌재의 인용 여부는 내란죄 성립을 둘러싼 공방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기관인 국회를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인데 핵심 가담자들의 폭로, 진술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신병 확보를 위해 혐의 입증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자진 사퇴, 하야를 거부하고 있다. 탄핵이든, 수사든 맞설 것이라고 했다. 탄핵 가결 후 계엄 관련 5번째 담화에서도 “지금 잠시 멈춰 서지만, 포기하지 않겠다”고 재차 선언했다. 사과, 반성은 없었다.
사건번호 ‘2024헌나8’. 국회 탄핵소추안 통과에 따라 파면을 촉구하는 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헌정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정의로운 단죄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일상의 평화를 위한 광장의 외침은 계속될 것이다. 1980년 5월이 2024년 12월을 구했다. 끝내 국민이 이길 것이다. 그 시간은 그리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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