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조도’(19세기)

‘화조도’ (20세기초)

‘운룡도’

‘책거리’

‘모란도’

2025년 을사년 새해를 맞아 민중의 소망과 독창적인 조형미를 담아낸 조선 후기 민화 원작 전시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다음달 3일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리는 김세종민화컬렉션 전시 ‘조선민화, 신세계에서 꽃피다’이다.

전시에서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전성기를 맞이했던 조선민화 원화 17점과 고가구, 도자기 등 김세종 평창아트 대표가 지난 30여 년 간 컬렉션한 20여 점의 대표작을 선보인다.

호랑이와 용, 화조(花鳥)를 컨셉으로 새해를 맞아 희망을 선사하는 밝은 느낌의 그림을 선별해 걸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일본에 반출된 이후 2023년 경매를 통해 한국으로 돌아온 작품 ‘화조도 병풍’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한다. 해당 작품은 일본에 한국 민화를 소개한 대표 서적 ‘이조민화(1982)’에 수록된 작품이기도 하다. 각종 서적을 비치 중인 전시장 한쪽 열람공간에서 ‘이조민화’를 펼쳐보면, 한국 현대미술 거장 이우환 작가가 당시 편집에 참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로 그려진 다양한 민화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꽃과 새를 주제로 그려진 ‘화조도’에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추구하던 옛 선조들의 가치관이 녹아있다. 화려한 채색과 장식성이 돋보이는 그림으로 부부간 금실, 화목, 행복 등을 상징한다. 왕실·양반 수요가 아닌 민간에서 그려진 화조도는 자칫 투박해 보일 수 있지만 그 형식이 자유롭고 창의성이 돋보인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여기에 용과 구름이 함께 등장하는 운룡도, 친근하면서도 귀여운 모습의 호랑이 그림도 여러 점 내걸렸다.

‘책’은 민화의 인기 소재 중 하나였다. 그중 책장 없이 물건과 책을 그린 그림 ‘책거리’는 당대의 역사·경제·사상·일상을 추측할 다양한 실마리를 제공하며, 배경을 이루는 격자무늬와 선적인 요소, 역원근법을 이용한 기발한 공간 구성 또한 색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김 대표는 “이번 민화 전시는 가족의 건강을 바라는 작은 소망에서부터 이상향까지 기원하는 자리”라며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그림을 그린 이와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대표는 ‘조선 민화는 민예가 아니라 순수회화’라는 신념 아래 30여년 간 1천여점의 민화를 수집해오며, 이를 미학적 관점을 중심으로 풀어내오고 있다. 5년 전 서울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순회전을 연 바 있다.

백지홍 광주신세계갤러리 큐레이터는 “대상을 해체하고 재해석하는 자유로움 속 담아낸 옛 사람들의 소망이 새해를 맞이하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기운으로 전해지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인터뷰]신년 민화 컬렉션 전시 여는 김세종 평창아트 대표
-“민화의 미학, 조상들의 예술성 재발견 한류 핵심 문화로 전세계에 알려지길”

“소중한 우리 조상들의 예술성을 다시 발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민화는 단순한 민예품이 아니라 순수미술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데요. 저마다의 독창적인 조형세계를 갖춘 우리 민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을사년(乙巳年) 새해를 맞아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컬렉션 전시를 여는 김세종 평창아트 대표는 이번 전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30여 년간 민화를 수집하며 체득한 직관적인 미를 바탕으로 조선 민화의 진면목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 오고 있다. 그는 민화의 가장 큰 특징이 추상미와 해학이라고 설명했다.

“민화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나머지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홀대받고는 하는데요. 사실 민화를 면면이 들여다보면 꽃과 나비, 풀과 나무 같은 소재가 무엇 하나 실제와 똑같이 그려진 것은 없습니다. 추상과 구상이 적절히 섞여 있고, 여기에 여유와 재미를 담은 해학까지 가미돼 있으니 이게 바로 민화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죠.”

김 대표의 민화 컬렉션 전시는 광주에서 두 번째다.

2019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의 순회전 이후 약 5년 만이다.

이번 전시에선 일본에서 어렵사리 수소문해 한국으로 돌아온 ‘화조도 병풍’을 비롯해 까치호랑이, 책거리 등 다양한 민화를 선보인다.

“민화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조형성을 갖춘 그림입니다. 민화의 진가는 오랜 시간 보고 느끼며 본질적인 아름다움으로 나타나요. 이우환 선생을 비롯해 김기창, 장욱진, 김종학 화백과 같은 현대미술 거장들도 이러한 민화의 조형성에 주목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죠.”

앞으로 그는 민화의 세계화를 목표로 관련 저서 출간 및 전시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미 일본이나 프랑스에서 민화의 가치는 국내에서보다 훨씬 높게 평가되고 있어요. 이제 민화는 한류의 핵심이 돼야 합니다. 무엇보다 민화는 가장 인간적인 그림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을 가장 솔직하게 그려냈기 때문이죠. 우리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이러한 민화를 전 세계에 소개하고 새로운 문화로 꽃피워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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