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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 기점을 출발해 광주 도심을 관통하는 버스가 우리를 가장 먼저 내려주는 곳은, 양동시장이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호남 최대 규모의 시장이라는 수식어는, 실제로 이곳의 미로 같은 골목에 들어서는 순간 그저 건조한 통계에 불과했음을 깨닫게 된다. 아케이드 지붕 아래 펼쳐진 양동시장은 최신식 쇼핑몰이 들어서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던 압도적 규모의 ‘메가 스토어’다. 얄팍한 레트로라는 단어로 포장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묵직하고 생생한 오리지널리티가 공간 전체를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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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양동시장의 클라이맥스는 굳이 지도를 켤 필요도 없이 후각이 먼저 이끄는 곳, 통닭거리다. 고소하고도 폭력적인 기름 냄새가 공기를 장악하며 우리의 이성적인 식욕을 단숨에 무장해제 시킨다. 최근 젊은 세대들이 열광하는 힙한 팝업스토어나 프랜차이즈의 매끈한 메뉴들과는 태생부터 결이 다르다. 커다란 가마솥에서 펄펄 끓는 맑은 기름, 그 속으로 풍덩 빠지는 닭고기들. 뜨거운 기름과 수분이 만나며 터져 나오는 ‘치르르’ 하는 파열음은, 마치 한여름의 소나기처럼 청각을 시원하게 강타하는 훌륭한 ASM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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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 앞에서 쉴 새 없이 땀을 훔치며 닭을 튀겨내는 상인들의 투박한 손놀림은 오랜 수련을 거친 장인의 퍼포먼스와 같다. 닭의 형태를 살려 큼직하게 토막 내고, 닭발과 모래집까지 아낌없이 튀겨내는 이곳의 방식은 코리안 소울푸드의 가장 야성적인 원형을 완벽하게 보존하고 있다. 바삭함을 넘어 경쾌하게 부서지는 튀김옷, 그 안에 갇힌 촉촉한 육즙, 그리고 성인 서너명이 덤벼도 쉽게 줄지 않는 경이로운 양. 삼복더위의 한가운데서 양동시장 통닭을 크게 베어 무는 행위는, 광주의 여름을 가장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게 돌파해 내는 일종의 통과의례다. 인스타그램을 위한 작위적인 플레이팅 따위는 무의미하다. 무심하게 툭 던져진 누런 종이봉투, 그리고 배어 나오는 기름 자국마저도 완벽한 빈티지 감성을 자아낸다. 시장을 빠져나오며 느끼는 입안의 고소한 여운은, 그 어떤 파인다이닝의 디저트보다 강렬하고 긴 미식의 문장을 남긴다.
양동시장의 압도적인 에너지를 한껏 흡수하고 다시 송정 19번에 오르면, 버스는 금남로를 지나 대인시장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예술과 일상이 기묘한 동거를 이어온 이곳은, 이제 헛헛한 속을 직관적으로 채워주는 로컬 오마카세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이곳의 주인공은 단연 국밥이다. 대인시장 국밥거리에서 피어오르는 진한 육수의 열기는 이열치열이라는 오래된 철학을 혀끝의 감각으로 묵직하게 증명해 낸다. 오랜 시간 푹 고아낸 뽀얀 육수와 그 속에서 푸짐하게 끓고 있는 돼지고기들. 숟가락 하나로 국물과 건더기를 한데 떠 올릴 때마다, 끓어오르는 열기 속에서도 비릿함 없이 깔끔하고 깊은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세련된 인테리어의 식당에서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거칠지만 다정하고 깊은 식감이 시장 골목마다 배어 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뚝배기 한 그릇을 비워내고 나면, 여름의 끈적한 피로마저 정갈하게 씻겨 내려가는 듯한 해방감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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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버스가 도달하는 곳은 북구의 펄떡이는 맥박, 말바우시장이다. 이곳은 500여개의 고정 점포가 매일 활기차게 문을 여는 상설시장이기도 하지만, 달력의 끝자리가 2·4·7·9일인 날이면 800여개의 노점이 더해지는 거대한 미식 축제장으로 변모한다. 언제 가도 변함없는 정겨운 인심을 만날 수 있는 상설의 넉넉함과, 장날마다 인근 지역의 신선한 농산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역동성이 공존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선택한 나의 여름 소울푸드는 단연 팥죽이다. 갓 삶아낸 팥의 진하고 구수한 향이 시장 입구부터 코끝을 간지럽히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팥죽 가게를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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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게 식혀 먹으면 여름 더위를 잠시 잊게 하는 청량한 디저트가 되고, 따뜻하게 즐기면 지친 기력을 다독이는 든든한 한 끼가 된다. 팥죽 특유의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목 넘김은 더위에 지쳐 입맛을 잃은 이들에게 다시금 생기를 불어넣는다. 장날에 맞춰 방문한다면, 규격화된 마트의 차가운 매대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우연하고도 충동적인 발견의 기쁨과 시장 전체가 일렁이는 생동감을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다. 상설과 장날의 매력이 겹쳐지는 말바우시장의 여름은, 그 자체로 광주 미각 여행의 찬란한 마침표다. 세 곳의 시장을 거치며 완성하는 미식 여정은, 단순한 포만감을 넘어 삼복의 열기를 뚫고 나갈 강력한 엔진을 우리 몸속에 장착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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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상을 따라 묵묵히 도는 시내버스는 매일 수많은 낭만을 싣고 도시의 숨겨진 보물창고들을 횡단하고 있다. 내일은 또 어느 정류장에 내려, 일상의 낭만을 더해 줄 여름의 맛을 발굴해 낼까. 목적지를 알 수 없는 여행자의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우리의 눈부신 여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버스 창문에 비친 나의 얼굴 위로, 땀방울 대신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진다.
정지효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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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5 (목) 1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