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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광주를 벗어나 장성 땅에 진입하고, 마침내 ‘장성댐’ 정류장에 도착해 문이 열린다. 하지만 차에서 내렸다고 해서 곧바로 찰랑이는 호수가 여행자를 반겨주지는 않는다.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스펙터클이 펼쳐지는 것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장성호는 약간의 끈기를 요구한다. 정류장에서 장성호 수변길 입구까지는 댐의 하단부를 지나 제법 다리품을 팔며 걸어 올라가야만 한다. 그러나 이 숨 가쁜 오르막의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다. 이마에 땀이 살짝 맺히고 호흡이 턱끝까지 차오를 무렵, 제방의 정상에 올라서는 순간 압도적인 반전이 펼쳐진다. 눈앞으로 산자락에 고이 안긴 광활하고 푸른 수면이 찬란하게 쏟아져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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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수변길은 숲의 가장자리와 호수의 수면 사이, 그 매혹적인 경계를 따라 길게 이어진다.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조성된 나무 데크길 덕분에, 발끝에 전해지는 감각은 시종일관 부드럽다. 이 길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걷고 싶은 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과다. 한쪽으로는 짙은 녹음이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다른 한쪽으로는 수면을 스치고 불어오는 서늘한 물바람이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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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다는 것은 가장 단순한 육체노동이자, 가장 깊은 정신적 사유의 과정이다. 호수를 오른쪽에 두고 데크길을 걷기 시작하면, 발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기분 좋은 마찰음이 일정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빽빽한 나무들이 터널을 이룬 숲속길은 따가운 초가을의 햇살을 적당히 걸러주고 시야가 트이는 곳마다 반짝이는 윤슬이 눈을 씻어준다. 높은 빌딩도, 경적 소리도 없는 완벽한 수평의 세계는 타 지역에서 찾아온 여행자들이나 디지털 환경에 지친 젊은 세대에게 더없이 훌륭한 시청각적 해방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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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걷기의 묘미에 정점을 찍어주는 것은 수변길이 품고 있는 두 개의 출렁다리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호수 위를 가로지르는 선명한 노란색의 ‘옐로우 출렁다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21m 높이의 웅장한 주탑 사이로 154m 길게 뻗은 이 다리 위를 걷는 일은 평탄했던 산책에 기분 좋은 스릴을 부여한다. 물 위 1.5m 높이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은 우리가 단단한 땅을 떠나 거대한 물의 한가운데를 걷고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실감하게 한다.
옐로우 출렁다리의 여운을 안고 데크길을 더 걷다 보면, 두 번째 명소인 ‘황금빛 출렁다리’가 우아한 자태를 드러낸다. 중앙에 기둥이 없는 무주탑 방식으로 설계된 154m 길이의 이 다리는 수면과 불과 2~3미터 높이로 바짝 붙어 있어, 출렁거림의 폭이 훨씬 크고 수면 위를 직접 걷는 듯한 아찔함이 배가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 두 다리와 장성을 상징하는 노란색 속에 오랜 지역의 서사가 숨 쉬고 있다는 점이다.
장성호가 자리한 곳은 과거 황룡강의 상류였다. 옛날 이 강물 아래에는 ‘가온’이라는 이름의 황룡이 숨어 살았는데, 낮에는 강물 속에 머물다 밤마다 사람으로 둔갑하여 남몰래 마을 사람들을 도왔다는 따뜻한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출렁다리 양쪽을 지탱하는 주탑은 바로 이 황룡이 호수를 박차고 하늘로 승천하는 웅장한 형상을 띠고 있다. 현대의 토목 기술로 지어진 거대한 관광 구조물에, 지역 고유의 오랜 스토리텔링을 덧입혀 현재의 여행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옛이야기를 딛고 물 위를 건너는 걷기의 매력은 장성호가 아니면 맛보기 힘든 특별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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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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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1 (목) 2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