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바위가 깎아지른 듯 단애를 이뤄 자암적벽(紫巖赤壁)이라 부르는 바위다. 길이 3백여 m, 높이 50여 m의 자암은 퇴적암으로 절리가 불규칙하게 가로 또는 세로로 형성된 기암괴석이다.

청송의 늦가을은 온통 붉은 색이다. 줄줄이 이어지는 사과밭은 주렁주렁 매달린 사과로 빨갛게 물들었고, 넓지 않은 농경지와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은 단풍으로 붉게 채색됐다. 청송에는 여러 종류의 암석이 많다. 2014년 주왕산 등 군내 주요 지질명소가 환경부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고, 2017년에는 청송군 전역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신성계곡은 예로부터 일교차가 커서 사과 맛이 좋기로 소문이 난 곳이다.

청송에서도 주왕산과 신성계곡 암석이 세계지질공원의 중추를 이룬다. 주왕산이야 국립공원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신성계곡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숨어있는 보물이다. 이런 신성계곡에 걷기 좋은 길이 있다. ‘신성계곡 녹색길’이다.

깎아지른 암벽 위에 자리한 방호정은 산림처사로 은거하면서 학문에 전념해온 방호 조준도선생이 1619년 건립한 정자다.

신성계곡 녹색길은 신성계곡에 놓인 신성교에서 시작된다. 신성계곡 녹색길은 북쪽으로 흘러가는 신성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계곡은 완만하게 이어지다가 방호정 근처에 이르러 기암절벽을 만난다. 깎아지른 암벽 위에 자리한 방호정은 산림처사로 은거하면서 학문에 전념해온 방호 조준도선생이 1619년 건립한 정자다.

방호정 앞을 지난 물길은 굽이돌면서 방향을 바꾼다. 신성계곡은 구불구불 돌고 돌아가는 감입곡류하천이다. 방호정 주변 하천가에는 거대한 은행나무와 아름드리 느티나무, 격조 있는 노송들이 조그마한 숲을 이루고 있다. 바닥을 노랗게 장식한 은행잎과 갈색 느티나무 잎을 밟으며 걷는다.

기암절벽에 의지해 살아가는 작은 나무에는 단풍이 붉게 물들었다. 기암절벽과 단풍든 나무들이 잔잔하게 흐르는 물위에 ‘만추’라는 제목의 그림을 그려놓았다.

티없이 맑은 물은 굽이굽이 휘돌아가고, 계곡을 감싸고 있는 산비탈은 깎아지른 벼랑을 이뤘다. 기암절벽에 의지해 살아가는 작은 나무에는 단풍이 붉게 물들었다. 기암절벽과 단풍든 나무들이 잔잔하게 흐르는 물위에 ‘만추’라는 제목의 그림을 그려놓았다.

징검다리는 물을 건너는 원시적 교량이다. 징검다리를 건널 때는 물을 밟고 지나가는 것 같아 냇물과 하나가 된 느낌이 든다.

징검다리를 건너니 계곡 건너편 산비탈에서 바위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신성계곡을 이루고 있는 암석은 중생대에 형성된 퇴적암이다. 퇴적암은 켜켜이 쌓인 돌조각과 자갈 모래 진흙이 굳어진 암석이다. 바위를 자세히 보면 가는 층을 이루며 퇴적된 흔적이 드러난다. 신성계곡을 따라 걷고 있으면 아주 오래된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 것 같다.

신성계곡 물길이 굽이돌면서 바깥쪽은 퇴적암으로 벼랑을 이루고 있고, 물의 흐름이 느린 안쪽은 퇴적물이 쌓여 작은 농경지를 이뤘다. 하천가 자갈밭 안쪽 넓지 않은 밭에서는 주로 사과가 재배된다. 주렁주렁 매달린 빨간 사과가 주변의 무뚝뚝한 바위를 붉게 물들였다.

하천 제방을 따라 걷다가 또 하나의 징검다리를 만난다. 소위 한반도 지형을 이루고 있는 하천 건너로 넘어가는 징검다리다. 그런데 징검다리 중간 쯤 가다보니 징검다리를 연결한 바위 하나가 휩쓸려 가버렸다. 바위가 빠진 부분은 물살이 세고 깊어 신발을 벗고 넘어가기도 힘들어 보인다.

삼면이 물길로 감싸인 좁고 긴 산줄기가 한반도와 비슷한 지형을 이뤘다. 억겁의 세월을 거쳐 오면서 만들어진 자연환경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경화다.

할 수없이 계곡 위쪽 도로를 따라 걷기로 했다. 도로를 따라 걷다가 ‘한반도지형 전망대 160m’라 쓰인 표지판을 만난다. 가파른 산길을 따라 올라가니 신성계곡 물길이 휘돌아가면서 만든 한반도지형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삼면이 물길로 감싸인 좁고 긴 산줄기가 한반도와 비슷한 지형을 이뤘다. 억겁의 세월을 거쳐 오면서 만들어진 자연환경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경화다. 한반도지형을 바라보면서 한동안 넋을 잃는다. 사람들은 거대한 자연과 마주하면서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하고 동화된다.

신성계곡 녹색길 코스를 정상적으로 걸었다면 보지 못했을 한반도지형을 징검다리를 건너지 못함으로써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전화위복이 아닐 수 없다. 한반도지형을 가슴에 담고 도로로 내려선다. 물길이 한반도지형을 휘돌아가면서 물가에는 자갈밭을 이뤘다. 한반도지형을 만든 물길은 골짜기를 따라 유유히 흘러간다.

다시 하천 쪽으로 내려오니 계곡 건너편에 사과밭이 있고, 민가도 한 채 보인다. 잠수교를 만난다. 헌실마을과 건너편 과수원을 오가기 위해 만들어진 낮은 다리다. 수변 제방에 올라서니 헌실쉼터라 불리는 팔각정자가 기다리고 있다. 신성계곡 녹색길은 3구간으로 나뉘는데, 이곳 헌실쉼터까지를 1구간으로 분류한다.

헌실마을 앞 제방 안쪽 농경지도 온통 사과밭이다. 신성계곡은 예로부터 일교차가 커서 사과 맛이 좋기로 소문이 난 곳이다. 청송군 어디를 가나 사과밭이 많지만 이곳 신성계곡 주변은 온통 사과밭 천지다.

다시 징검다리를 건너 갯버들과 참나무가 숲을 이룬 봇도랑을 따라 걷는다. 봇도랑(수로)을 옆에 두고 걷다보니 계곡 건너편에 길고 거대한 붉은 색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붉은 바위가 깎아지른 듯 단애를 이뤄 자암적벽(紫巖赤壁)이라 부르는 바위다. 길이 3백여 m, 높이 50여 m의 자암은 퇴적암으로 절리가 불규칙하게 가로 또는 세로로 형성된 기암괴석이다. 자암적벽은 잠시 후 만나게 될 백석탄과 함께 신성계곡을 대표하는 절경이다. 만암리에 있다고 해서 ‘만안자암단애’라고도 부른다.

자암적벽을 지난 물줄기는 사자바위 앞을 지나 지소교로 흘러간다. 지소교를 건너니 2구간 종점인 반딧불농장이 자리하고 있다. 하천가 사과밭을 지나 ‘지소리 돌보’라 불리는 징검다리를 건너 뒤돌아보니 사과밭에 감싸인 지소리 마을이 포근하다. 돌보를 건너 야트막한 언덕을 넘자 완만한 비탈 전체가 사과밭이다.

하얀 바위와 여울이 어울린 백석탄. 신성계곡의 세찬 물결은 억겁의 세월을 흐르면서 퇴적암을 깎아내 바위 위에 항아리처럼 수많은 돌개구멍(포트 홀)을 빚어냈다.

사과밭과 제방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계곡 옆 산길로 들어선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숲길에 백석탄 방향으로 흘러가는 물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온다. 하얀색 바위지대가 나타난다. 하얀색 기암이 하나 둘 나타나더니 마침내 수많은 형상의 기암괴석이 계곡을 차지했다. 맑은 물은 하얀 암석 사이로 흘러가면서 여울을 이뤘다. 하얀 바위와 여울이 어울린 백석탄(白石灘)이다. 신성계곡의 세찬 물결은 억겁의 세월을 흐르면서 퇴적암을 깎아내 바위 위에 항아리처럼 수많은 돌개구멍(포트 홀)을 빚어냈다. 추상화 같은 하얀 바위와 은구슬을 만들며 흘러가는 여울은 주변의 붉은 단풍과 어울려 환상적인 풍경이 되었다.

고와리 마을 앞을 지나 고와1교 다리에 도착한다. 여기에서 물길은 다시 물돌이동을 이루면서 휘돌아간다. 징검다리를 건너 물길을 따라 돌아가 신성계곡 녹색길 종점인 고와2교를 만난다. 고와2교를 지난 물길은 안동시 길안면으로 유유히 흘러간다. 이 물길은 몇 구비를 돌고 돌아 낙동강에 합류된다. 강물도 흘러가고 내 마음도 물처럼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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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쪽지

▲신성계곡 녹색길은 억겁의 세월이 만든 기암단애들이 맑은 계곡과 어울린 선경을 바라보며 걷는 길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지질탐방로이다.
※코스 : 신성교→방호정→한반도지형→만안삼거리→구덕교→백석탄→고와1교→고와2교(목은재휴게소)
※거리, 소요시간 : 11.8㎞, 4시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신성교(경북 청송군 안덕면 신성리 362-1)

<장갑수·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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