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되는 배 상자를 들고 있는 조효익 명인. /안태호 기자

“유기농업을 20년 가까이 해오고 있지만 아직도 제 힘으로 짓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친환경 농사는 하늘이 도와야 할 수 있는 자연그대로 농법입니다.”

보성군 잿등길에서 농업회사법인 녹차골㈜을 운영하고 있는 조효익(48)명인.

조 명인은 이곳에서 2005년 친환경 농업을 시작, 2007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유기농업으로 전환했다.

처음부터 농사를 지을 생각은 아니었지만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배 과수원을 지키기 위해 뛰어든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는 1만6천528.92㎡(5천평) 정도의 배 밭에서 무농약과 유기농을 병행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전부 유기농으로 전환된다.

이렇게 모든 밭에서 나오는 작물의 유기농 전환이 가능한 것은 건강한 토양관리를 위해 친환경 퇴비와 낙엽, 전정가지 등을 함께 로터리 작업해 토양 유기물 함량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다년간의 축적된 노하우로 고압추출 친환경 석회유황과 보르도액, 각종 식물에서 추출한 친환경 해충약제를 직접 만들어 유기농업에 최적화된 병해충 관리를 하고 있다.

또한 명인의 녹차골에서 나오는 배는 일년에 인증업체 두 번,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한 번, 도청 한 번, 순천대 친환경농업센터 한 번 등 총 5번의 인증검사를 진행한다.

철저한 검사체계를 갖추고 있는 이유는 명인이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고민없이 먹을 수 있게 해주기 위한 신념 때문이다.

이 같은 친환경 농법을 지속 유지해 온 결과 지난 2017년 친환경 농업육성 발전공로로 전남도지사 표창을 받은 뒤 2019년에는 배 재배기술의 독창성을 인정받아 ‘전남도 유기농 명인’ 제23호로 지정됐다.

배는 비타민과 섬유소가 풍부해 특히 변비 예방에 좋으며 루테올린 성분이 있어 기관지염이나 감기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품질 좋게 생산되는 배의 90%는 학교 급식을 통해 학생들에게 공급하고 나머지 작물은 가공을 통해 업체나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현재는 학교 급식을 통해 유통 판로를 확보한 상태지만 처음 농사를 시작했을 당시에는 쉬운 것이 하나도 없었다.

소비자들의 인식도 저농약, 유기농 제품이 같은 마크를 붙여 대부분이 소비자들이 알지 못했고 배꽃이 보통 4월에 피는데 같은해에 다시 피는 어려움도 겪어야 했다.

배꽃이 일년에 두번 피면 다음해에 수정이 되질 않고 유기농은 특히 예방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다른 약을 쓸 수 없어 제대로 된 수확을 하려면 3년을 다시 가꿔야 한다.

이러한 고난과 역경에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명인은 전남도 정책을 꼽았다.

조 명인은 “전국 유기농을 함께 공부하고 공유하기 위해 20여년간 많은 시도를 다녀봤지만 유독 전남은 친환경 정책이 잘 갖춰져 있어 농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올해 전남도내 처음 시행하는 명인 개인 브랜드인 ‘명인드림’ 포장지에 가공된 배즙

특히 올해 도내 처음 시행하는 명인드림이라는 명인 개인의 브랜드를 만들어줘 소비자에게 유기농을 더 알릴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됐다. 개인 브랜드도 생긴 명인의 앞으로 계획은 가공 확대와 많은 친환경 농가와 함께해 건강한 먹거리를 지켜나가는 것이다.

조효익 명인은 “처음 유기농을 전환할 때 읽었던 거북선 농업(저자 정운천)이라는 책 속에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며 “전국 배의 주산지인 나주배의 아성을 뛰어 넘기는 어렵겠지만 도내 유기농배 절반을 출하하고 있는 보성이 유기농배의 본산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유기농은 생산량이 정확하지 않아 꼭 가공이 필요해 앞으로도 가공판매를 확대하고 많은 유기농 농가와 함께해 유기농이 안전하고 경쟁력도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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