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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까지 살았던 나의 집은 재개발 지역이, 마당은 도로가 됐다. 그래서 이웃 간의 정을 나누던 나의 집 앞마당을, 지금 나는 차로 다니며 어린 시절을 추억하곤 한다.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빠르게 편리함에 익숙해져 갔고, 콘크리크벽 만큼이나 이웃 간의 벽도 두꺼워졌다. 나도 그랬다. 결혼을 하고 몇 번의 이사를 다녔는데 그때마다 아파트였다. 다행히 지금 내 고향 동네 가까운 곳에서 25년째 거주하고 있고, 결혼한 딸과 손주도 같은 곳에 산다. 요즈음은 보기 드물게 3대가 한동네에서 사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대학생인 둘째 딸은 태어나서 한 번도 이사를 간 적이 없다며 투덜거리기도 한다.
나의 동네는 계획도시여서 건물과 길들이 반듯하고, 다른 지역에서의 접근이 편리하다. 환경정화구역이라서 주변에 유흥업소가 없다 보니 밤이 되면 무척 고요하다. 집 근처에는 학생회관이 있고 공원이 있다. 학생회관 도서관에서는 책을 마음껏 빌려다 볼 수 있고, 매월 한번 금요독서회가 열린다. 공원은 사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고, 도심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힐링 장소이기도 하다. 문화센터와 영화관이 가까워서 문화생활을 하기에도 적격인 곳이다. 하지만 처음 입주할 때에 비하면 변한 것들도 많다. 공터였던 곳은 건물이 빼곡히 들어섰고, 입주를 함께했던 이웃들은 어느 날, 아무런 말없이 떠나갔다. 동네 슈퍼 자리에는 편의점이 들어왔고, 개인이 운영하던 카페 자리에는 저렴한 가격의 프렌차이즈 카페가 들어섰다. 20년 가까이 다니던 단골 식당은 주인 아주머니의 건강상 문제로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에는 샌드위치 가게가 자리를 잡았다. 단골 미용실은 코로나를 이기지 못하고 갑자기 문을 닫아버렸다. 그럴 때마다 몸에 지니고 있던 소중한 물건이 사라진 것처럼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동네가 참 좋다. 단골 슈퍼 주인은 내가 여행을 다녀오느라 발길이 뜸해지면, 요즈음 보이지 않아서 걱정을 했다며 안부를 물어온다. 단골 식당은 혼자서 밥을 먹으러 가도 눈치를 주지 않고 반갑게 맞아준다. 목욕탕에 가면 익숙한 얼굴들이 인사를 하며 자신의 커피를 내어준다. 나와 함께 입주한 오래된 이웃들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면 밝게 인사를 나눈다. 아파트 담벼락에 불법주차가 심해서 1년 정도 안전신문고앱에 꾸준히 신고를 했더니, 보상금도 주고 단속도 잘해 줘 지금은 안전하게 생활하고 있다. 노인학자들은 60세가 넘으면 자신의 살던 동네를 떠나지 말라고 한다.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행복의 기원’ 저자 서은국 교수는 말한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입니다. 전철에서 마주치는 사람, 단골 식당 주인아저씨와 농담도 하고, ‘하이! 잘 있었니?’ 같은 작은 대화들을 나누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의 행복감을 예측하는데 중요한 요인인데, 한국이 제일 결핍된 부분입니다.”
일상이 지루해질 때면 멀리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만, 버스가 광주 톨게이트로 들어설 때면 항상 마음이 편안해진다. 평생을 함께 한 이곳은 이미 나와 한 몸이 돼버렸다. 나는 앞으로도 익숙하고 편안한 나의 동네에서, 기쁨의 빈도를 만끽하며 가족과 함께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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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1 (목) 2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