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의 축제가 끝났다. 전을 펼치고 부스에 앉아 나의 작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거기다 적잖은 관람객들이 찾아와 주는 것도 큰 기쁨이었다. 거기다가 작품에 대해 질문을 해주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정말 기분 째지는 일이었다. 특히 예전의 해바라기와는 또 다르게 그렸다는 나름의 평을 보탤 때는 작업의 방향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자극 아닌 자극을 받기에 충분했다. 지난 15-19일 열린 ‘2018 아트광주’엔 어느 때보다도 많은 이들이 다녀갔다. 관람객들은 수많은 작가들의 2018아트광주 사무국에 따르면 무려…2018-11-22 19:38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깊어가는 가을 저녁, 붉은 노을 속으로 날아오르는 기러기들의 모습은 참으로 장관이다. 먼 거리를 비행 할 때면 커다란 ‘V자’를 만들어 비행하는 것 또한 신비하다. 앞서 날아가는 기러기의 날갯짓에서 나오는 바람 덕분에 혼자 떨어져 비행 할 때 보다 훨씬 더 쉽게 비행 할 수 있음이다. 무리를 선두 해가던 기러기가 피곤에 지치면 뒤 따라가던 기러기가 자리를 바꿔 선두를 지키며 비행을 하고, 또 다시 지치고 힘들 때마다 서로서로 선두를 바꿔가며 비…2018-11-15 20:08

우리 예술유랑버스 타고 여행갈까? 그게 뭔데? 1박2일 동안 광주의 곳곳을 다니며 광주예술을 즐기는 전용버스이지. 듣기만 해도 재밌고 호기심 가는 예술유랑버스를 타고 도시의 가을을 즐긴다. ‘여행이 있어 특별한 보통날’이라는 주제로 문화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주최로 진행되었던 가을여행주간은 전국적으로 진행됐다. 각자 삶의 공간을 떠나 어딘가로 여행을 간다는 건 늘 설레고 가슴 뛰는 일이다. 전국 각지에서 온 여행자들이 예술이라는 공통된 관심분야의 유랑을 하기위해 같은 시간, 같은 공간 예술의 도시 …2018-11-08 18:54

사회가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를 넘어 고령사회(aged society)로 진입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공식적인 노년의 기준이 정해져 있지는 않으나, 통상 65세 이상에 해당하는 인구를 노년이라 부른다. 이러한 노년층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게 되면 고령사회이다. 고령화는 세계적인 추세이나,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어느 나라 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급속한 노년층의 증가는 사회 여러 분야에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평균수명의 연장과 세대 간 소통의 부재는 노년층의 외로움과 양극화 현상을 더…2018-11-01 18:57

전시를 하려는데 공간이 마뜩찮았다. 고민 끝에 전시장 대신 작업실에서 오픈 스튜디오를 겸해서 개인전을 열기로 했다. 지난 초가을의 일이다.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붓질했던 해바라기를 작업실 벽면에 디스플레이했다. 무려 1백여점의 해바라기그림이었다. 그러곤 약간 불안했다. 물론 예전의 버전과 다르게 한 덕분에 사전에 들른 지인들의 반응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전시 오프닝이 다가옴에 따라 여간 불안하지 않았다. 일반 화이트 큐브가 아닌 작업실에서의 전시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찾아줄 것인가의 여부 때문이었다…2018-10-25 19:41

“참 잘했어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수업에서 귀를 통해 듣고 싶은 것과 눈을 통해 보고 싶은 것들을 적어보라는 말에 아이들의 반응이 일관적이었다. 귀를 통해서는 잘했다는 칭찬을 듣고 싶고, 눈을 통해서는 맛있는 음식이나 높은 점수를 받은 시험지를 보고 싶다는 대답이었다. 아름다운 노랫소리나 바람 소리를 듣고 싶다거나 파아란 하늘을 보고 싶다는 대답은 하나도 없었다. 마음에 담아 놓고 싶은 것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엄마가, 아빠가, 선생님이, 친구들이, 좋아해 주는 마음을 담아놓고 싶다는 대답이었…2018-10-11 18:50

아침 눈을 뜨기 전, 창문 밖으로 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들려온다. 이내 하루의 시작임을 알아차린다. 아침의 나른함과 평온함이 있는 이 시간 발걸음은 집 앞 숲 속으로 향한다. 공기의 냄새. 풀냄새. 흙냄새가 다르고 불어오는 바람의 소리가 다름을 느낀다. 시간의 흐름은 어느덧 가을의 문턱을 넘어 흐르고 있었다. 번잡한 도심 속의 작은 숲은 휴식을 넘어 쉼이 되고 위로가 되어준다. 숲 속 길을 걷는 즐거움을 넘어 책방과 카페, 갤러리가 있는 곳이라 자주 찾는 곳이다. 종교를 넘어 그 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무각…2018-10-04 19:09

얼마 전 The K-Musical ‘매란국죽 그리고 모란’의 제작발표회가 있었다. 지난 21일 의재미술관에서다. ‘매란국죽 그리고 모란’은 소치 허련부터 시작되는 호남문인화의 역사와 전통을 담아낸 작품이다. 18세기 정조의 개혁정치와 문예부흥이 좌절되지만 그 개혁과 문예부흥의 정신은 다산 정약용의 강진 유배 18년 동안 강진, 해남, 진도에서 학문과 예술에서 발현되기 시작한다. 호남 학풍과 인맥은 후에 초의선사, 추사 김정희 제자가 된 소치 허련에 와서 예술로 꽃피운다. 호남문인화는 바로 호남 의로움의 토양 위에 태어난 자…2018-09-27 19:34

얼씨구나, 좋다. 문화마당이 풍성하다. 언제 뜨거웠나 싶게 선선해진 이 가을에 문화이벤트가 줄줄이 벌어진다. 하나같이 재밌고 신난다. 세계 어느 도시라도 부럽지 않다. 우선 크게 벌어진 것만 해도 광주비엔날레가 있고 조만간에 ACC광주프린지인터내셔널이 펼쳐질 것이며 임방울국악제가 준비되는 동시에 대한민국소극장열전이 연극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얼마 전엔 월드뮤직페스티벌이 거나하게 음악판을 열었고 뒤이어 광주사운드파크 페스티벌이 빛고을 울렸다. 문화의 계절이고 문화의 달이어서가 아니다…2018-09-13 18:40

양림동에 가면 호랑가시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나무다. 신기하게도 주로 전북 변산반도 이남 지역에 자생하는데 신기하게도 양림동에 많이 서식한다. 잎의 끝부분에 가시가 있으며 열매가 익으면 새 빨갛다. 호랑이가 등이 가려우면 이 나뭇잎에 있는 가시로 문질렀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열매가 크리스마 광주 양림동에 남장로교 선교부가 태동됐다. 남장로교의 마지막 선교사가 허철선(헌틀리)선교사다. 바로 그 선교사 사택 주변에 이 호랑가시나무가 울창하다. 무려 30그루나 된다. 손예빈 작가가 글…2018-08-30 18:49

이번 여름휴가는 몇 권의 책과 함께 전통 방식으로 집에서 시원하고 알차게 보내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유례없는 폭염으로 책 한권 변변히 읽지 않고 결심의 배반만 실천했다. 대신 가까운 공연장을 찾아 창조적 자장이 예술적 풍경이 되는 경제적 여행을 즐겨 보기로 했다. 빛고을시민문화관이 기획한 넌버벌 국악 퍼포먼스 ‘선앤문’을 관람했다. 감동하며 호응하고 박수를 치며 마음 속 본성이 흥겨워지는 행복한 충격이었다. 넌버벌이란 대사가 없이 주로 몸짓과 소리만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공연이다. ‘썬앤문’은 최근 국악…2018-08-23 19:05

오랜시간 태양이 머물다 흐르는 도시의 밤. 무더위의 일상 속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여름밤, 잠 못 이루는 야밤에 도시의 골목길 책방을 찾는다. 친구들과 술 한 잔 기울이며 책도 보고 마음을 챙길 수 있는 곳, 도시의 여름밤 시원하고 아늑한 나만의 사유공간이 되는 골목길 작은 책방. 책이 있는 풍경과 분위기, 책방은 도시에서 떠나는 나의 여름 북캉스이다. 컴퓨터와 휴대폰 등 디지털 노마드가 돼가고 있는 요즘, 책이 주는 아날로그적 감성은 메마르고 허전한 그 무언가를 채워주는 느낌이다. 대형서점과 인터넷…2018-08-16 18:48

‘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 형광등이 내 얼굴에 떨어지면 어쩌지?’ 천정을 향해 누워있다 재빨리 자리를 고쳐 누울 때가 있다. 음식을 만들 때마다 맛이 걱정되고, 날마다 하는 일에도 잘못 될까 두려워 걱정이 된다.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 『겁쟁이 빌리』 에 등장하는 빌리도 마찬가지다. ‘내가 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 모자들이 방안 가득 나타나 날아다니면 어쩌지? 열려있는 창문으로 신발들이 뚜벅뚜벅 걸어 나가버리면 어쩌지? 커다란 먹구름이 방안으로 들어와 내 머리위에 머물고 있으면 어쩌지? 큰 비가 내려 방이 온통 물…2018-08-09 19:30

언제부터였을까. 해바라기가 좋았다. 뜨거운 태양을 좇는 해바라기, 그 해바라기가 좋았다. 찬란하고 뜨거운 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빳빳이 고개를 쳐든 그 노란 씨앗덩어리가 그저 좋았다. 알 수가 없다. 언제부터였는지는. 관측 이래 올 여름이 가장 덥다고 한다. 이 더위에도 해바라기는 꿋꿋하게 태양을 향한다. 대단하다. 타버릴 것 같은 태양의 기세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해바라기에 존경심을 표한다. 자연이건 사람이건 생명이 있다면 저런 정도의 의지와 에너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빈센트 반 고흐를…2018-08-05 18:12

광주 곳곳에서 음악이 흐르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볼거리가 있다면 가히 문화수도라 할만하다. 광주가 아시아 문화중심도시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주목한 곳이 있다. 바로 지역 대표 문화벨트로 알려진 중외공원이다. 광주 중외공원이 생태저수지를 포함한 녹지공간에 어린이대공원을 비롯해 비엔날레 전시관, 시립미술관, 국립박물관, 야외음악당까지 모여 있다.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지만 어떻게 조성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5·18이 지나고 1년 후 1981년 광주시민들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한 성금이 전…2018-07-26 1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