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를 죽이고 어미를 범하겠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테베에서 태어난 한 아이에게 신탁이 내려졌다. 아이는 테베의 왕인 라이오스와 이오카스테 왕비사이에 태어난 왕자였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도 아닌 내 아이가, 아비를 죽이고 어미를 범한단 말이지? 이 일을 어쩌나, 이 일을 어찌할꼬. 막아야 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해.’ 신이 사람을 통하여 신의 뜻을 나타낸다는 신탁이 내려진 만큼, 왕과 왕비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고민 끝에 그들은 아이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아이의 발목을 가죽 끈으로 꽁…2017-02-16 19:55

창의예술캠프 우락부락 시즌 12 ‘예술가와 도시 한 바퀴-지그재그’가 끝난 지도 벌써 두주일이 지났다. 광주문화재단이 지난 1월16일부터 21일까지 2박3일간 두 번에 걸쳐 나눠 진행한 우락부락캠프는 참가했던 어린이는 물론 예술가들에게도 재미뿐만 아니라 의미와 가치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흥미로웠다. 삶을 살아가면서 일직선이 아닌 여러 가지 일들에 부딪쳐 가면서 성장 하며 살아간다는 의미로 ‘지그재그’라는 타이틀이 붙여졌었다. 도심형 예술캠프로 ‘청소년 삶 디자인 센터’(구) 학생회관을 베이스 캠프로 7개의 부락을…2017-02-05 19:29

2017년은 카레이스키 강제이주 8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광주 고려인 마을’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혹시 고려인이 누군지 아시나요? 고려인은 러시아어로 카레이스키라고 합니다. 구 한말 러시아를 중심으로 중앙아시아에 정착한 한인 동포이자 디아스포라입니다. 지난 1937년 소련 연해주에 거주하던 고려인들은 스탈린에 의해 눈물을 머금고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키스탄외 10여개 국가인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당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려인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한민족의 ‘개척정신’으로 꿋꿋하게…2017-01-12 19:54

우리는 모두 빨갛게 태어나 하얗게 떠나간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빨간 볼을 하고 태어나지만,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백발에 백내장에 체온까지 낮아져 핏기가 사라진 하얀 볼을 하며 떠나간다는 말이다. 체온과 건강에 관하여 확고한 신념을 남기고 떠난 사람도 있다. 근대 임상의학의 창시자로 불리며 유럽 전역에서 명의(名醫)로 이름난 네덜란드 출신의 의사 헤르만 부르하페(1668-1738)다. 그는 죽기 전에 이란 노트를 밀봉하여 남겼고, 그가 떠난 뒤 노트는 경매에 붙여졌다. 명성이 자자한 의…2017-01-05 19:59

세월이 정말 쏜살같다. 병신년 새해라고 연초 계획을 세웠던 때가 엊그제 같건만 벌써 연말이다. 어떠한 것이건 마무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점의 또 다른 말이다. 한해의 마무리도 마찬가지다. 연말은 올해의 끝이 아니라 내년의 시작을 도모해야 하는 숙명을 지닌다. 광주디자인센터도 올해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내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어떻게 치러야 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그래야만 한다. 1995년 광주비엔날레 창설을 떠올리면 사실, 까마득하다. 비엔날레란 뜻도 모르고 치렀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리…2016-12-29 19:29

배움의 영역은 드넓다. 예전엔 학교만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중요과목도 정해졌다. 국, 영, 수 등을 중시했었다. 그리고 미술, 음악, 체육 등은 기타과목으로 등한시하는 경향이 농후했다. 그러나 요즘 많이 달라졌다. 배움이 어찌 학교에서만 진행되며 중요과목에 한정되겠는가. 배움은 예술활동 속에서도, 그리고 우리의 삶 속에서도 이뤄진다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더불어 예술적 감성의 중요성이 한층 고조되어 가고 있다. 예술적 감성은 명문대 입시에 필수 요건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행복한 삶을 엮어가고 주변과 조화를 꾀하…2016-12-22 19:21

2017년은 고려인동포 강제이주 80주년이다. 광주고려인마을은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을 맞아 ‘2017 광주고려인마을 방문의 해’ 로 정하고 다양한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1937년에 단행되었던 극동 지역 고려인의 강제이주는 고려인 약 17만명이 스탈린의 명령으로 인하여 중앙아시아로 강제적으로 이주된 사건이다. 고려인에 대한 이상한 소문(고려인이 일본 스파이다)이 돌기 시작하면서 시작되었다. 인구가 급감하게 된 카자흐 공화국 등 중앙아시아 지역에 인구를 공급하고 이를 충족하기 위하여 인위적인 인구 유입책으로 농업…2016-12-15 19:20

“무엇이든 내 손이 닿기만 하면 황금으로 변하게 해 주십시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다스 왕, 황금 손이 있다. 제우스와 세멜레의 아들로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디오니소스는 술과 풍요의 신이며 광란과 쾌락의 신이다. 죽었다 다시 살아난 신으로 다산과 부활의 신이기도 하다. 이런 디오니소스에게 ‘실레노스’라는 스승이자 양부가 있었는데, 그는 술을 너무나 좋아해 늘 술에 취해있었다. 그 날도 ‘실레노스’는 술에 취해 잠이 들었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던 미다스는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 실레노…2016-12-01 19:38

늦가을 풍경이 아름답다. 기온은 이미 겨울로 접어들었지만 거리에서 마주하는 가로수는 아직 늦가을 정취를 진하게 내뿜는다. 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사르르 떨어지면 그건 한폭의 그림이다. 한희원작가의 은행나무 그림이 생각나게 하는 풍경이 곳곳에서 연출되곤 한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은행잎은 세밀한 가슴 떨림을 유발하지만 길바닥에 내질러진 이파리는 더욱 쓸쓸함을 자아내며 겨울로의 이행에 저항을 고한다. 저 이파리들이 다 떨어지고 나면 이제 고요의 계절이 된다. 모든 것을 다 벗어던지고 오로지 침잠의 세계를 만든다. 그…2016-11-24 19:12

지난 3일은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일이었다. 87년 전 일어났던 광주 학생독립운동을 기념해 제정된 날이다. 1929년 10월 30일 나주 역에서 발생한 조선 여학생 희롱사건이 불씨가 되어 11월 3일의 항일 시위로 확대됐다. 이 운동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갔으며 학생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국민들이 일제히 일본의 폭력에 대항하게 된다. 이 항일운동의 가장 큰 의의라면 우리 민족의 숭고한 정신이 학생들을 통해 깨어나게 됐다는 점이다. 광주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전국으로 확산되어지고, 나아가서 중국과 일본 내에서도 항일운동이…2016-11-10 19:08

그저께 밤의 일이다. 11월2일 오후7시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무용공연을 가졌다. 필자가 운영하는 김미숙뿌리한국무용단의 ‘삼백날’이 대구 무대를 꾸린 것이다. 광주에서 초연을 갖고 난 후 거의 한달 만이다. 다른 지역이 아니라 대구에서의 공연이라 의미가 남달랐다. 그래서 준비단계에서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임했다. 물론 무대가 올려지는 그 순간, 아니 무대가 끝날 때까지 그 설렘은 계속됐다. ‘삼백날’은 대구시민들이 관람하는 가운데 한꺼풀 한꺼풀 그 모습을 드러내고 많은 박수를 받았다. 우리는 무수히…2016-11-03 19:49

“화가 나 죽겠어.” 하루에도 몇 번씩 화가 날 때가 있다. 가슴으로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으면 화가 나고, 몇날 며칠 공들여 했던 일이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었을 때도 화가 난다. 실컷 화나게 만들어 놓고는, 왜 화가 났지? 눈 껌뻑이며 빤히 쳐다보는 사람 앞에서도 가슴이 답답! 부글부글, 화가 치밀어 오른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욕심대로 되지 않을 때도 화가 나고, 갖고 싶은 것들을 마음대로 갖지 못할 때도 화가 난다. 내 편이라 믿었던 아빠가, 엄마가, 언니나, 오빠, 동생 편만 들 때도 화가 난다. 왜 화…2016-10-27 19:05

어제(10월16일)가 제4회 고려인의 날이었다. “내가 주릴 때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 영접 하였고”라는 마태복음25장 예수님 말씀을 실천하고 있는 곳이다. 독자들은 혹시 고려인에 대해 들어 보았는가? 일제(日帝)때 먹고 사는 게 힘들어 만주로 간 사람들은 조선족이고, 연해주로 간 사람들은 고려인이다. 고려인을 러시아어(語)로는 ‘까레이스키’라고 부른다. 특히 고려인의 이주과정을 보면 나그네와 같은 삶이다. 스탈린은 연해주로 간 항일 운동가를 1937년 강제 이주정책을 실시…2016-10-16 18:41

세월호 참사 9백일 문화축제에 참석했다가 세종대왕이 태어나신 준수방 일대를 도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훈민정음 연구를 했던 정음문화원과 준수방 키친 피잣집에 갔습니다. 우리 음식과 파스타로 하는 퓨전요리가 일품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제1회 훈민정음축제가 열리는 걸 보고 관심을 가졌습니다. 또 내일 모레 9일은 570돌 한글날입니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소리’라는 이름으로 세종대왕이(1397~1450) 1443년에 창제한 훈민정음은 1446년 (세종28년)에 반포되었습니다. 세종이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창제한 훈민정음은 국보…2016-10-06 19:00

어머니,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존재다. 얼굴을 떠올리기만 해도 눈가를 젖게 한다. 자식 일이라면 손끝 하나 상할까봐 가슴 졸이고 마음 한톨 상처받을까봐 속이 타들어가는 때가 어디 한두 번이었을까. 애오라지 자녀와 가족 일로 가슴은 온통 숯덩이가 되곤 하는 게 우리 어머니들의 숙명이다. 어머니의 초상을 춤언어로 무대에 올린다. 필자가 운영하는 ‘김미숙뿌리한국무용단’은 오는 10월6일(오후7시30분) 10월8일(오후5시)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어머니의 이러저러한 모습을 형상화한 춤무대 ‘삼백날’을 시민들에게 …2016-09-29 1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