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문화와 예술은 무엇인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시대적 화두가 되었는가. 마치 문화와 예술을 배타시한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양 문화와 예술에 대한 찬가가 지속되고 있다. 그같은 추세는 21세기에 본격화된 듯하다. 문화의 세기니 뭐니 하면서 문화의 가치를 높이 샀고 예술의 중요성과 귀함을 따졌다. 더욱이 이곳 광주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다. 빛고을 광주에서 문화와 예술에 대한 방점이 더욱더 크고 무겁게 찍히는 까닭이다. 필자가 이끄는 김미숙뿌리한국무용단은 올해 빛고을시민문화관 공연장상주단체로 선정돼 1년…2016-05-19 19:00

이야기가 사라져가는 역사마을 충장로가 한창 번성하던 시절 이 동네에 와 보고는 깜짝 놀랐다. 도심의 한 복판에 시계가 멈춘 마을이 있었던 것이다. 호남신학대 뒤쪽에는 울창한 야생의 숲이 있었고, 숲속을 걸어 다니다 보면 여기저기서 이야기가 툭툭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산책로에는 세월이 묵은 나무 계단들이 있었는데 한쪽이 썩어있기도 했지만 가파른 계단을 숨차게 오르면 기분이 좋아졌다. 작곡가 정율성이 바람을 만끽하며 쉬었을 것만 같은 벤치, 김현승 시인이 생각에 잠겨 걸었을 것 같은 좁거나 넓어지는 골목들…2016-05-12 19:26

“아따, 시방, 거시기, 참말로.” 위의 단어 중 표준어는? 표준어? 표준어를 고르라고? 아따, 시방, 거시기, 참말로, 모두 다 사투리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아니다. 모두가 다 표준어다. 특정지역에서 주로 사용되는 사투리일 것 같지만 대한민국 표준어다. 한 나라가 법으로 정하여 놓은 언어 규범에 맞는 말로 국민 간의 의사소통을 분명히 하고, 한 국가로서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모든 국민이 지키고 따르도록 정한 표준이 되는 표준말이다. 그렇다면 모양까지 특이한 ‘햠’이라는 글자는? 이것도 사용되고 있…2016-04-28 18:58

제주의 4.3과 광주의 5.18은 한국의 현대사에서 비슷한 아픔과 노정을 겪었다는 점에서 아주 많이 닮아있다. 국가의 폭력 아래 힘없는 민중들이 죽음으로 몰렸다는 점, 오랫동안 국가로부터 폭도의 누명을 뒤집어 썼다는 점,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기념일로 인정받았다는 점 등이다. 얼마 전 제주 4.3 전야제와 추념식에 다녀왔다. 도착하자마자 노란 유채꽃과 연분홍 벚꽃의 향이 은은하게 코를 찔렀다. 푸른 바다와 이제 막 돋아난 새싹들의 푸른 기운이 어우러져 싱그럽고 아름다운 봄을 뽐내고 있었다. 제주 4.3이 국가…2016-04-14 19:16

내용보다는 율동 선거, 공약보다는 이미지 메이킹. 남광주 시장 인근 쭈꾸미 집에서 막걸리 한 잔을 하기 위해 모처럼 친구들과 만나는 날,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 꽉 막혀서 보니 한 후보가 선거 운동중이다. 이런 저런 토론회에서 뵌 적도 있는 분이지만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로고송을 크게 틀어놓고 운동원들이 줄지어 서서 같은 색깔 옷을 입고 음악에 따라 율동을 하면서 그 분 이름을 외친다. 선거 운동원 중 한 분이 그 일대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날의 풍경. 비가 세차게 내리는 날이었지만 선거 캠프…2016-04-07 18:58

“엄마, 무….” “물? 물을 달란 말이지?” 아이들이 말하기 시작하면 엄마들은 모두 만국어 통역사가 된다. 아이가 말하는 단어에서 자음이 하나씩 사라지고 모음이 달라져도 상관이 없다. “무” 도 “므”도 아이가 말하는 상황에 따라 물이 된다. “우”라고만 말해도 우유가 되고 우산이 되니, 글자 하나 사라져도 문제가 없다. 아이를 향한 이해와 사랑만큼이나 다양한 의미로 해석된다. 입으로 말하는 말 뿐만이 아니다. 원하는 물건이나 음식을 그저 한 번 바라만 봐도, 손으로 한 번 가리키기만 해도 엄마들은 재빨리 아이…2016-03-24 20:11

지난 40년 동안 음악 산업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음악을 담는 도구들의 변화를 보면, LP와 카셋트에서 CD로 또 CD에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음원으로 비교적 빠른 시간에 변화되었다. 또한 음악 장르면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70-80년대의 트롯가요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팝송이 음악계를 휩쓸더니 90년도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는 싱어송라이터 중심의 발라드와 댄스가 대중을 사로잡았다. 그러다 최근 10년 동안 아이돌 그룹들이 영상 비주얼을 앞세워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거쳐 전 세계에 ‘한류’라는 이름으로 대유행이다…2016-03-17 19:54

봄을 맞아 골프웨어 회사들이 여의 마음을 잡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분주하다. 두껍고 칙칙한 겨울 옷을 벗고 살랑살랑한 봄옷을 입고 대자연의 품속에서 골프를 치는 여성의 모습은 아름답다. 올 봄 여성의 골프웨어는 어떨까? 상당 수 브랜드 매장에 고객들은 70-80%가 여성이라고 한다. 이에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골프웨어 여성 브랜드들이 라인을 확대하여 특화된 상품을 선보이고 있는 추세다. 이는 여성들이 자신의 옷만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특히 중장년층 여성고객들은 남편의 골프…2016-03-06 18:36

소위 ‘돈 되는 문화’에만 기획자들이 몰리고 일반 시민을 단순 소비자로 만드는 시대에, 그것에 반하는 생각, 문화를 공공재로 인식하고 시민이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이기도 한 지점의 기획을 해 보고 싶어서 시작한 음악회였었다. 지난 10년간 나와 정찬경 대표가 기획했던 ‘광장음악회’라는 길거리 클래식 이야기다. 이 음악회의 기획을 하면서 담론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예술이, 공공재가 되고 싶어 하는 음악회가, 사회적 생산물이 되려면 반드시 ‘담론’이 형성되어야 했다. 현장에 있는 우리들은 동시에 그것…2016-02-25 19:45

“저기…….” “네, 어머님. 말씀하세요.” “저 같은 사람도 좋아지나요? 얼굴이 하도 엉망이라.” “그럼요. 기미도 검버섯도 좋아질 수 있어요. 어머님도 접수해 드릴까요?” “아니요, 아니요! 저는 됐어요. 딸만 할 거예요.” 얼마 전, 피부과에 볼 일이 있어 대기실에 앉아 있다 마음만 씁쓸해졌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몇 번이고 간호과로 다가가 이것저것 물어보다가도 접수 말 만 나오면 손사래를 치며 돌아서는데, 나도 모르게 후유! 한숨이 나왔다. 모녀로 보이는 두 여자가 피부과를 찾아온 목적…2016-02-18 19:00

비건패션은 무엇일까? 동물의 털이나 가죽·실크 등을 의류·악세서리·소품의 소재로 사용하지 않는 패션을 말한다. 모피나 동물성 섬유는 생산과정에 있어 어쩔 수 없이 동물학대로 이어진다. 실제 동물에게서 모피를 얻는 방법은 잔인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그 과정에 무심한 사람들은 따뜻한 모피를 찾곤 한다. 과거 모피는 부유함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모피코트는 하나의 꿈이었다. 그러나 비건패션은 이러한 사실에 직면하고 반대한다.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 모피를 우아하고 고상함의 상징이라고 여기던 이들…2016-02-11 20:16

올 겨울은 유난히 따뜻할 것이라던 세간의 애초 예상과는 달리, 재주 많은 원숭이를 상징하는 병신년 첫 달은 온 세상을 잠깐이나마 꽁꽁 얼게 만들어 버린 ‘기록적인 한파’와 언제 그칠지 모르게 끊임없이 내려 쌓이는 폭설로 시작되었다. 지난 몇 주 동안 하늘과 땅과 바다의 모든 움직임을 정지시키고, 온 지구를 하나의 거대한 눈덩이로 만들어버릴 것만 같았던 폭설과 한파의 원인이 지구 온난화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북극이나 남극 등의 극지방 성층권에는 소위 ‘폴라 보텍스(Polar Vortex)’라고 불리는 강…2016-01-28 18:54

“주문하시겠습니까?” “음…….” 메뉴판을 들여다보며 망설여 질 때가 있다. 새로운 이름에 익숙해 지려하면 또 다른 이름들이 창조되어 나오니 시험을 보는 느낌이다. 발음하기도 쉽지 않다. 날이 갈수록 생소한 단어들을 조합해 길고도 길게 늘어놓으니 발음하기도 까다롭다. 맛 또한 마찬가지다. 생소하고 길어진 이름만큼이나 다양한 재료들을 뒤섞여 놓은 음식들은 맛 또한 묘하다. 배불리 먹고도 자꾸만 허기가 진다. 맹물도 아니고 콜라도 아니고 주스도 아닌 음료를 만날 때도, ‘다운’게 그립다. 음식, 문화, 패션…2016-01-21 19:29

사람들은 다 이기적이다. ‘함께 한다’라는 말은 멋있다. 그러나 현대에 접어들어 그 실천이 점점 더 어렵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우리네 삶은 미래에 희망이 없다. 무언가 이타적으로 우리를 묶는 것이 필요하다. 그 중요한 매개체가 문화예술이 아닌가 싶다. 함께 모여서 합창을 한다거나 미술작품을 공동창작하는 것보다 더 사람들을 뭉치게 하는 것이 있을까? 문화재단에서 진행 중인 문화경매 행사도 그렇게 사람들을 뭉치게 하고 우리네 삶에 희망을 주는 일 중 하나다. 이 사회의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아끼던…2016-01-14 18:28

눈도 내리지 않는 맑은 하늘에서 환하게 내리 비치는 햇빛의 끝자락에 달려 매섭게 옷섶을 파고드는 한 겨울의 추위가, 마치 웃는 표정으로 회초리를 들고 아이에게 다가가는 엄마의 표정처럼 얄밉기만 하다. 이렇게 온 도시를 꽁꽁 얼린 맹추위와 더불어 2015년도 우리 곁을 지나갔다. 제야의 종소리와 더불어 교회와 성당에서도 ‘송구영신’ 예배를 통해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아들였다. 후한시대 반고라는 학자가 쓴 ‘한서’의 ‘왕가전’에서 ‘전임자를 보내고 신임자를 맞이한다’는 뜻으로 사용된 ‘送故迎新(송고영신)’…2016-01-04 1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