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전을 떠올려 본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지천에서 들리던 곳이었다. 때때로 왜가리가 날기도 했다. 뒤쪽을 보지 않으면 영락없는 시골동네였다. 앞으론 산이 둘러쳐지고 좌우론 논과 밭이 질펀한 무등산 자락의 산중이다. 뒤편은 아파트가 즐비했지만 도로를 사이에 두고 이쪽은 그야말로 시골이었다. 거기에 지하2층, 지상2층의 미술관 건물을 짓고 오가는 이들을 불러들였다. 의미 있는 기획전을 펼쳤고 때론 외국작가들도 초대했다. 물론 지역의 젊은 작가들의 기획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우제길미술관’의 이름은 널…2017-07-06 19:51

미국이름으로는 윌슨, 한국 이름으로는 우일선 선교사 사택에 관해 소개하고자 한다. 광주기념물 제15호로 지정된 우일선 선교사 사택은 광주에 있는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축물이다. 정확한 건립연대는 알 수 없지만, 목포항이 개항되고 서양선교사들이 광주에 들어오면서 1920년대 즈음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양림동 기슭에 동향으로 세워진 고색창연한 2층 벽독 건물이 바로 그 사택이다. 평면은 정방형으로 1층은 거실, 가족실, 다용도실, 부엌, 욕실로 구성되어 있고, 2층은 사생활공간으로서 침실이 배치되어 있다. 지하층에…2017-06-22 19:37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도 좋았단 말이냐?” 아주 오래 전, 무성영화 시대의 진미는 변사였다. 자막을 통해 해설과 대사를 전달하는 곳도 있었지만, 자막기술이 발달 하지 못했던 우리나라는 모든 것이 변사의 몫이었다. 무대 옆쪽에 자리하고 앉아, 스크린에 비친 장면에 맞춰 이수일도 되고 심순애도 되어 말하며 관객들을 웃고 울렸다. 해설까지 책임졌던 변사의 목소리 연기는 푹 빠져 웃고 울다가 집으로 돌아 온 날에는 잠도 쉽게 들지 않았다. 밤이 새도록 변사가 되어 이수일도 되었다가 심순애도 되기를 반복했다. …2017-06-13 19:03

올해가 5·18 37주기다. 지난 주 문재인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성대히 치렀다.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잊지 않기 위해 제정한 국가 기념일이다. 1997년 4월 17일, 5·18 주범들에 대한 반란 및 내란죄가 확정된 뒤, 같은 달 정부에서 5월 18일을 ‘5·18민주화운동기념일’로 제정 발표하고 그해 5월 18일 정부 주관 아래 첫 기념일 행사를 가졌다. 이로써 5·18 책임자에 대한 형사 처벌과 함께 광주민주화운동이 특정 지역의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전 국민적 차원의 민주화운동이었다는 역사적 평가 및 정당성을 인정…2017-05-26 06:48

광주에는 귀한 분 들이 참 많다. 얼마 전에 김교신 선생의 2남 6녀 중 넷째 딸 김정옥 여사님을 만났다. 1931년생이니까 우리나이로 87세다. 광주로 시집와서 평생 동안 광주에서 살았던 이야기며 아버지 김교신 선생이 독립유공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전국방방곡곡 다니신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자료를 줬다. 해방을 몇 달 앞두고 세상을 뜬 독립운동가 아버지의 명예를 위해 지난 10여 년 이상 노력한 자료와 기록물을 보여주었다. 김정옥씨는 지금부터 약10여년 전 지난 2008년 2월 보훈처에 아버지를 독립유공자…2017-05-18 19:32

“이름이…….” 누군가의 이름을 알고 나면 한 발짝 앞으로 다가선 느낌이다. 자신의 이름과 똑 같은 사람이라도 만나면 웃음이 절로 난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가며 손이라도 한 번 잡아보고 싶다. 모든 일을 느리고도 천천히, 평평하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천천할 서(徐)자에 평평할 평(平)자를 더하여 만든, ‘서서평’이라는 이름도 모두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 만들어진 이름이다.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 요즘 상영되고 있는 서서평 선교사의 이야기는 뭉클한 감동을 준다. 약 100여 년 전, 가난하고 억…2017-05-11 19:34

엊그제까지 꽃이 흐드러졌다. 만발한 꽃 더미에 마음이 온통 흔들리더니 꽃이 진 자리에 순하디 순한 촉이 터 나온다. 신록인 것이다. 천지는 꽃 세상에서 신록세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세상 구경하겠다고 고개를 내미는 촉이 반갑다. 가만히 들여다 볼라치면 눈이 개안해진다. 복작이는 삶 속에서 찌든 때로 더렵혀진 눈이 깨끗해진다. 그 눈으로 대하는 세상까지 맑아진다. 저절로 마음이 정갈하게 다듬어진다. 그게 바로 신록이다. 꽃과 신록의 차이다. 이제 그 신록이 점점 더 고개를 들고 있다. 봄이 무르익어가는 소리다. 한껏 익…2017-04-27 19:34

양림동의 한자를 풀자면 버드나무 양, 수풀 림 자를 따서 ‘버드나무가 많은 마을’ 이다. ‘광주의 예루살렘’이라 일컬어지는 양림동에는 여러 선교사 사택이 모여 있다. 인도아 선교사의 사택도 그 중 하나다. 인도아 선교사는 드와이트 린튼입니다. 한국역사에서 큰 역할을 하셨던 윌리엄 린튼 선교사의 아들이며 지금까지도 그의 후손들이 한국에서 선교사로 섬기고 있는 린튼가문의 일원이다. 윌리엄 린튼 선교사는 우리나라 이름으로는 ‘인돈’이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48년 동안 호남과 충청 지역에서 선교 및 …2017-04-23 19:03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람은 백설공주이십니다.” 눈처럼 하얀 피부로 태어나 이름까지 백설이 된 백설공주 이야기는 읽고 또 읽어도 재미있었다. 못된 계모의 계속된 괴롭힘에도 얼굴 한 번 찌푸리지 않고, 노하거나 슬퍼하지 않으며 언제나 밝은 모습인 그림책 속 백설공주 모습이 참으로 선해보였다. 계모가 내민 독 사과를 먹고 깊은 잠에 빠져버린 백설공주가 지나가던 이웃나라 왕자의 입맞춤으로 잠에서 깨어날 때도 기분이 좋았다. 그래, 그래, 착하게 사니까 복을 …2017-04-13 19:29

꽃피는 봄이 왔다. 생동하는 봄 기운이 온 몸으로 쫘악 퍼져간다. 행복하다. 겨우내 움츠려들었던 나뭇가지들이 움을 틔우고 꽃망울을 터트릴 때 경이감이 든다. 그들은 겨울동안 헐벗은채 서있으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보이지 않았을 뿐 쉴틈없이 무언가를 했다. 저 깊은 뿌리로부터 힘차게 물을 빨아들여 위로 위로 올려보냈다. 나무는 생명운동을 힘차게 힘차게 했던 것이다. 그리고 때가 되자 물기를 머금고 움을 틔우고 꽃망울을 터트린다. 자연은 절대로 다시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봄을 토해내고 있다. 우와,…2017-04-06 18:40

며칠 전 ‘광주의 어머니’로 불리는 사회운동가이자 광주 기독교 대모 조아라 선생님 기념관을 다녀왔습니다. 조아라 선생님은 1992년 분단 이후 처음으로 열린 남·북여성토론회에 한국 여성계 대표로 참석할 정도로 여성과 사회운동에 큰 족적을 남기신 분입니다. 기독교 장로로 계몽운동에 힘쓴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기독교인으로 성장했습니다. 나주 출신인 조아라 선생은 1923년 고향을 떠나 광주 수피아 여학교에 진학하면서 스승이자 여성운동의 선배인 김필례 선생을 만납니다. 1931년 수피아여학교를 졸업하고, 서서평…2017-03-30 19:17

며칠 전에 대구에 다녀왔다. 한국문화예술연합회(이하 한문연)가 주관하는 ‘2017 문예회관아카데미’ 교육 참석차였다. 전국의 문예회관 관계자 2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경영·실무자과정을 비롯해 무대예술인, 대관실무, 공연기획, 전시기획, 문화예술교육, 홍모마케팅, 하우스매니저 등 몇 개 과정으로 나누어 전문직무교육 프로그램을 받았다. 무엇보다 유익했다. 특히 필자처럼 공연장 운영을 처음 맡은 이로선 어디에서고 만날 수 없는 알짜배기 내용을 알려주는 소중한 자리였다. 내부 사정으로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를 몇 번이나 고…2017-03-27 19:43

옛날 어느 마을에 고집이 엄청 센 사람과 똑똑한 사람이 살았습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4곱하기 7’이라는 곱하기 문제를 놓고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4곱하기 7은 27이요, 27!”고집이 엄청 센 사람이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아이고 답답해라.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먹겠소? 4곱하기 7이 어떻게 27입니까? 4곱하기 7은 28이라니까요, 28!” 똑똑한 사람은 가슴을 퍽퍽 치며 말했습니다. 하지만 고집이 엄청 센 사람은 또 다시 목소리를 높여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누가 뭐라 해도 4곱하기 7은 27이라고요. 구구단은 …2017-03-16 19:35

독립 운동가 가문을 소개하겠습니다. 광주에서 독립운동을 한 김함라, 김마리아, 김필례 선생은 세명 모두 한 집안 사람이었으며 수피아여학교 선생이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가 설립한 서울 연동여학교(蓮洞女學校 : 지금의 정신여자중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광주에 처음으로 1908년 김함라 선생이 수피아 여학교에 오고 그 다음 동생 김마리아가 그리고 한참 뒤 1930년대초 김필례가 수피아여학교 선생으로 옵니다. 김필례는 유화례교장시절 교감을 하였으나 수피아여학교는 신사참배 거부를 했다는 이유로 폐교…2017-03-09 19:56

이제 봄이다. 겨우내 준비했던 봄의 새싹이 움을 틔울 시기다. 꽃샘추위를 뚫고 새싹이 힘차게 올라오고 있다. 조만간 파릇파릇 잎새를 내밀고 꽃을 피우며 열매까지 맺어낼 것이다. 이미 겨울에 그 준비가 마쳐졌다. 광주 미디어아트 도시도 마찬가지다. 미디어아트 플랫폼의 봄이 오고 있다. 지난 2016년 열심히 준비하고 추진했던 유네스코 창의도시 미디어아트 플랫폼의 새싹을 틔우고 있다. 물론 구랍12월부터 올 2월까지 임시 개관해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었다. 3월1일 그랜드 오프닝을 통해 명실상부한 미디어아트 플랫폼의 위상…2017-03-05 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