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성은 여자일까? 아니다. 결코 남자와 여자란 이분법적인 구조 속의 영역에 넣을 수 없다. 아무래도 제3의 성이 따로 존재할 성 싶다. 이름하여 ‘어머니’란 성이 아닐까 싶다. 어렸을 적에 필자는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였다고 생각했다. 엄마로 태어나서 엄마로 살아간다고 여겼다. 그 믿음에 한치의 의심이 없었다. 엄마에게도 소녀였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며 리즈였던 때가 분명 있었을 터인데 막무가내로 ‘엄마’를 ‘엄마’로만 규정지어버렸다. 이게 어찌 필자만의 일이겠는가. 우리 모두가 짐짓 그렇게 엄마를 규정…2017-10-19 20:06

미국 아방가르드 작곡가 존 케이지를 유명하게 만든 작품이 있다. 이름 하여, ‘4분 33초’다. 1952년도에 작곡된 이 작품은 발표 당시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음악연주회에 소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관람객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다. 작곡가 존 케이지는 4분 33초라고 지정해놓은 시간 동안 어떤 악기도 연주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존 케이지의 의도는 분명했다. 그는 악기의 소리 대신 ‘침묵’을 택했다. 관람객들은 그 시간이 너무 낯설었다. 언제 연주가가 나와서 연주할 것인지가를 기다리다가 무료해서 하품을…2017-09-28 19:01

양림동은 광주 근대가 싹튼 곳이다. 10여년 전부터 근대역사마을로 명명되며 조명사업이 활발히 전개되더니 이젠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답사객들의 필수 코스로 양림동은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가히 전국적이다. 몇 년 새 이러저러한 기념관이 세워졌고 거리가 조성됐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명소가 된 양림동 근대역사마을은 연원을 살피자면 남장로교 선교사들로부터 시작됐다. 양림동에 뿌리를 내린 선교사들의 삶과 정신, 그리고 그리스도의 희생정신이 양림동 근대역사마을의 동력이 아닌가 싶다…2017-09-24 19:09

“즐거움이나, 상상력. 힘이 되고 위안이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나 소설, 동시나 동화, 수필 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닐까요?” “온몸가득 상큼한 바람을 불게하고, 향기가 느껴지는 것입니다. 문학은 지치고 굳어있는 우리들의 마음과 우리들의 생각을 부드럽고 달콤하게 해주는 마법 같은 것입니다.” 사람들을 향해 가끔씩, “문학이 뭘까요?”를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들이 재미있다. “문학이요? 그걸 어떻게 말로 표현해요? 너무나 크고 광범위하잖아요.” 처음에는 무슨 뜬 구름 잡는 소리냐는 반응을 보이다가도…2017-09-14 19:07

간혹 어린 시절이 꿈처럼 떠오르곤 한다. 내 고향 전라도 무안 산골마을 동네 입구에는 500여년을 지켜온 느티나무가 있고 넓지 않은 논밭이 눈에 잡힌다. 꼬막처럼 엎드린 지붕의 고향마을이 기억 저편에서 꿈틀거리며 되살아난다. 다시는 되돌아 갈 수 없는 정말 꿈같은 시절이었다. 그 때 우리는 동무들끼리 떼를 지어 산으로 들로 뛰어다녔다. 먹고 살기 바쁜 그 시절에 놀이 시설이란 게 있을 수 없었고, 간식거리도 따로 있을 리 없었다. 우린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다가 산딸기도 따먹고 삐비 꽃도 따 먹었다. 들로 뛰어다니다가 콩…2017-09-07 19:06

작가 구스타프 클림트를 좋아한다. 그 화려한 색감과 독특한 구도는 가히 클림트를 따라 갈 작가가 없다고 생각한다. 클림트의 ‘키스’는 언제 보아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의 그림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클림트가 사랑하는 연인 에밀리에를 꼭 안고 볼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을 둘러싼 황금빛 천에 여러 가지 무늬가 가득 차 있다. 남자의 옷에는 네모난 무늬가, 여자의 옷에는 동그란 무늬가 넘실댄다. 몸은 화려한 장식에 묻혀 거의 보이지 않고 얼굴과 손, 그리고 발만 보인다. 하지만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채만으로도…2017-08-31 19:05

고려인과 인연을 맺은 지는 6년정도 되었다. 시의원 시절 연해주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고려인들을 만났다. 안중근·홍범도·최재형·김경천·이동휘·이상설·이범륜을 비롯해 대부분 독립운동을 했던 이들과 주변인을 더 상세하게 알게 됐다. 수천 명의 한인 고려인들이 항일 운동에 참여했었다. 일반 고려인들은 항일운동 참가자들에게 식량과 의복, 주둔지등 모든 걸 제공해 줬다. 거기서 비로소 나는 그들이 우리의 근현대사에서 이산과 고난의 삶을 살아온 것을 알게 됐다. 돌아온 뒤 나는 광주에 고려인이 몇 명이나…2017-08-24 19:45

“작가가 되면 어떤 것이 가장 좋으세요?” “글쎄요, 생생히 살아있는 느낌이랄까요? 글을 쓸 땐 온전히 글 속으로 들어가 웃고, 울고, 말하며 사랑하는 느낌이 참으로 좋습니다.” “글을 쓰기 위한 글감은 어디서 찾으신가요?” “세상을 보고, 듣고, 느끼고, 이야기하면서 찾습니다. 일상에서 느끼고 체험하는 모든 것들이 하나의 씨앗이 되어 글감이 되니까요. 화가는 일상에서의 느낌을 그림으로 그리고, 운동선수는 운동을 통해 풀어내는 것처럼 작가는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풀어냅니다. 세상을 통해 소리쳐 말…2017-08-17 19:33

광주에서 사랑의 선교를 행한 오웬과 양림동의 오웬 기념각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오웬은 1867년 미국 버지니아 주(Black Walnut, VA)에서 태어나 햄튼 시드니 대학(Hampden-Sydney College, VA), 스코틀랜드 뉴 대학(New College), 유니온 신학교(UTS, VA)를 1894년에 졸업하고, 버지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Virginia)에서 의학을 전공했습니다(1896년). 1894년에 목사 안수를 받고, 1897년에 한국 선교사로 임명돼 1898년 오웬은 열심히 한국어를 배우면서 의료 선교를 하며 교회에서는 성경 공부를 가르쳤습니다. 1900년 12…2017-08-10 20:00

고흐의 ‘가셰박사의 초상’은 세계 그림 경매사상 가장 고가로 팔린 작품이다. 네덜란드 출신의 빈센트 반 고흐는 거친 터치로 일렁이는 화면을 구사해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후기 인상주의 작가다.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그의 작품은 다른 작가들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가격에 거래되며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켜 왔다. 이렇듯 잘 나가는 고흐가 살아생전에 팔았던 작품이 고작 1점에 불과했다. 자신이 살아있던 시절에는 대중은 물론 콜렉터들에게도 외면당했다. 소위 작품 활동으로 먹고 살지 못했…2017-08-03 19:16

나는 어려서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나는 앞날을 계획 없이 화가의 길을 택했다. 생각해보면 창작에의 길은 참으로 고단하기 그지없다. 창작이 어디 쉬운 일인가. 고통 없이는 불가능하다.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다. 머리를 숙이고 고민하는 것을 수없이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창작이란 것이 이뤄진다. 창작을 업으로 하는 작가들의 삶이 괴롭고 힘든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멋질 수 있지만 그걸 만들어 내기 위한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그래도 그림이 좋아서 묵묵히 이 길…2017-07-27 20:14

“이게 뭐지?” 푸른 수의를 걸쳐 입은 노인이 젊은 여인의 젖가슴을 빨고 있는 그림을 보셨나요?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 있는 국립미술관에는 네덜란드의 화가 루벤스가 그린 그림, ‘노인과 여인’이 벽에 걸려있다. 미술관을 찾아와 이 그림을 처음 접한 관람객들은 그림 앞에서 망연자실, 기가 막혀 돌아서거나 걸음을 멈추었다. ‘아니, 저렇게 저속한 그림을 미술관에 그것도 국립미술관에 걸어 놓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사람들은 그림 속 노인과 여인의 모습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푸…2017-07-20 19:01

미국 남장로교회서 파송한 헌트리 선교사사택을 사무실로 쓰면서 올해 제11회 오월어머니상으로 추천했다. 이유는 헌트리(Charles Betts Huntley)와 부인 허마르다(Mrs. Martha L. Huntley) 부부는 1980년 당시 광주 5·18의 역사적 현장 한가운데에 있었기 때문이다. 헌트리 선교사는 1980년 당시 광주기독병원 원목으로 사역하면서 입원한 환자들에게 전도하여 결신하도록 했고 결신한 환자들이 퇴원을 하면 그들을 찾아 지역교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복음을 전한 선교사다. ’80년 오월 계엄령이 선포되고 죽음의 그늘이 드리울 때…2017-07-13 19:51

24년 전을 떠올려 본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지천에서 들리던 곳이었다. 때때로 왜가리가 날기도 했다. 뒤쪽을 보지 않으면 영락없는 시골동네였다. 앞으론 산이 둘러쳐지고 좌우론 논과 밭이 질펀한 무등산 자락의 산중이다. 뒤편은 아파트가 즐비했지만 도로를 사이에 두고 이쪽은 그야말로 시골이었다. 거기에 지하2층, 지상2층의 미술관 건물을 짓고 오가는 이들을 불러들였다. 의미 있는 기획전을 펼쳤고 때론 외국작가들도 초대했다. 물론 지역의 젊은 작가들의 기획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우제길미술관’의 이름은 널…2017-07-06 19:51

미국이름으로는 윌슨, 한국 이름으로는 우일선 선교사 사택에 관해 소개하고자 한다. 광주기념물 제15호로 지정된 우일선 선교사 사택은 광주에 있는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축물이다. 정확한 건립연대는 알 수 없지만, 목포항이 개항되고 서양선교사들이 광주에 들어오면서 1920년대 즈음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양림동 기슭에 동향으로 세워진 고색창연한 2층 벽독 건물이 바로 그 사택이다. 평면은 정방형으로 1층은 거실, 가족실, 다용도실, 부엌, 욕실로 구성되어 있고, 2층은 사생활공간으로서 침실이 배치되어 있다. 지하층에…2017-06-22 1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