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이라는 주제 아래 기억과 결핍에 관한 텍스트를 작품으로 펼쳐낸 전시가 마련됐다.<사진>

벨기에 브뤼셀에서 활동하는 보리스 담블리와 소피 델블뢰의 국제레지던시2024 일환인 ‘헝그리 고스트’ 전시다.

내년 1월20일까지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외부자가 바라본 탄핵 정국 안에서 한국 시민들이 일구는 시대적 격변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들은 “2차세계대전 당시 예술가들로 이뤄진 ‘유령부대’가 독일군을 압박하고 확전을 멈추기 위해 가짜 탱크를 만들었듯이, 이번 전시 또한 사회·정치적 문제에 대한 예술적 발언이자 예술가들만의 고유한 참여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1월 광주에 온 작가들은 폭풍같이 몰아친 비상계엄과 해제, 금남로 탄핵시위, 축제와 같은 집회문화를 직관할 수 있었고 무척 인상 깊게 생각했다. 텍스타일 작업 ‘계엄: 안귀령이 잡아챈 총’과 소녀상 옆에 놓인 ‘빈 의자’ 등 작품은 그들에게 강렬하게 다가온 한국의 사회·정치적 이슈를 다루고 있으며 결핍과 부재를 뚫고 기억해야 하는 것들의 오브제로 나타난다.

전시장 곳곳에는 이들의 경험이 중요한 텍스트로 배치됐다. 이방인으로서 그들이 조우하고 공감했던 광주와 한국사회에 출몰하는 정신 그리고 기억들로 채워졌다.

정현주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 관장은 “전시가 이뤄지는 이곳 갤러리는 우리가 유령과 대화할 수 있는 공간적 변화에 연류된 경계 지점이 된다”며 “‘배고픈 유령’을 의미하는 전시 제목은 사회 문화적인 ‘부재’ 자체를 물질화하고 가시화하는 작업을 이야기한다”고 말했다./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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