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어버이날을 맞아 들렸던 고향집 한 켠 서재에서 40여 년의 세월 동안 묵묵히 나를 기다리고 있던 고등학교 시절의 동인지 ‘숯불’ 창간호부터 3권까지를 만났다. 필자의 글이 처음으로 활자화돼 세상으로 나온 것이 신기해 고향집에 보관해두었던 기억이 난다. 창간호를 펼치니 필자의 첫 단편 소설 「쑥국새 사연」이 눈에 들어온다. 고등학교 2학년 초여름 어느 휴일날 고향에 다녀와 밤늦은 시간에 쓰기 시작해 새벽닭이 울 무렵까지 단숨에 써 내려갔던 기억이 난다. 주말에 고향 앞산에서 할머니와 함께 밭을 매고 있었는…2024-11-07 19:31

경제일자리재단은 2025년을 광주 일자리의 해로 삼고 기존 일자리 사업을 디지털 대전환에 맞춰 재정렬하고 업그레이드하는 일을 연중 캠페인으로 진행하고자 한다. 일자리는 단순한 경제적 수단을 넘어 개인과 사회의 복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일자리는 사회적 역할과 자존감을 부여하며, 사회적 통합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한다. 디지털 경제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전통적 일자리의 개념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창직(創職)과 창업(創業)은 기존 취업 중심 일자리 사업을 넘어서는 개념이다. 창직과 창업은 개인이 자…2024-11-06 19:30

경제가 어렵다는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거리마다 ‘임대’ 표지가 붙은 빈 상가들이 줄을 잇고 있고, 고물상에는 폐업한 식당과 카페의 자재들이 쌓여 가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야 할 터인데, 이제는 안보 불안마저 엄습해오고 있으니 참으로 걱정이다. 북한이 장기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전쟁에 러시아를 돕기 위해 병력을 보내면서 이미 전투지역에 도착한 일부 병력이 실제 전투에 참전했다는 보도와 함께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용…2024-11-05 19:53

온통 나라가 충격적인 폭로로 대통령 배우자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들에 휩싸여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실과 정부는 야당의 특검법을 거부하고 의혹 규명보다는 검찰이 불기소 처분하면서 속임수 브리핑으로 국민들의 의혹만 더 키우는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언론들도 지금 상황이 탄핵 파면된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을 좌지우지한 ‘문고리 3인방’처럼 ‘한남동 라인 8인방’이 환생한 것이고 대통령 임기 반환점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직무수행 평가가 거의 바닥세로 국정이 폭망한 정권이라고 질타한다. 이런 와중에 경제는 금리를 인하했…2024-11-04 19:38

새로 태어난 존재는 이전의 존재와 불화(不和)한다. 어미에게서 모든 것을 받는 태아조차 어미와 불화한다. 그 증거가 입덧이다. 이전의 존재와 무엇인가는 다르기 때문이지만 어미와 자식이 전적으로 불화하지는 않는다. 불화보다는 조화가 더 크다. 사랑이 전제돼 있어서다. 새로 태어난 존재가 문화인 경우는 어미-자식 간의 관계보다 불화가 더 크다. 시간적·공간적으로든 이질(異質)이 전제돼 있고, 혈통적 친연성이 없는 만남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종(異種)의 문화도 공존할 수 있다. 덕분에 융합과 통섭의 문화가…2024-11-03 19:11

민주주의 없이는 투명하고, 공정하며 경쟁력 있는 시장경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어 1999년 2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1년 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국제회의 기조연설에서 “민주주의 없이는 투명하고 공정하며, 경쟁력 있는 시장경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개혁은 법과 제도를 고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국민 의식과 관행의 변화가 따라야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제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의식 개혁이 일어나야 합니다. 첫째는 과거 수십 년 동안 내려온 부패, 부조리, 비능률, 적당주의, 이기주의…2024-10-31 19:25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책을 읽는 것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세련되고 멋진 문화 활동으로 자리 잡는 ‘텍스트힙’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텍스트힙’은 ‘텍스트’(글자)와 ‘힙’(멋지고 개성 있는)을 결합한 신조어로, 책을 읽는 것이 하나의 개성 있고 세련된 활동이라는 인식을 반영한 말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를 넘어 지적 성숙함과 개성을 드러내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으며, 책을 읽는 모습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고 작품의 글귀를 필사하여 인증사진을 올리며 독서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등의 모…2024-10-30 19:33

매년 10월31일은 우리나라의 법정 기념일 중 하나인 ‘회계의 날’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한국 공인회계사회(KICPA; Korean Institute of Certified Public Accountants)가 주관해 기념식, 회계투명성 제고 유공자 포상, 회계 관련 세미나, 강연, 공모전 등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회계인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일반 대중들에게 회계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회계의 날’의 법정 기념일 지정은 2021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이뤄졌으며, ‘회계의 날’의 유래는 미국 공인회계사회(AICPA; Amer…2024-10-29 18:49

막바지 벼 수확을 끝낸 들녘은 개운하다. 그래서 막힘이 없는 들녘은 홀로 골방에 갇혀 장시간에 걸친 초고를 마치고 방금 일어서는 작가의 엷은 미소와 미간의 주름이 펴지듯 조금 환해진 얼굴을 보는 것만 같다. 잡다한 생각에서 벗어난 사람의 가벼운 표정도 이와 같을 것이다. 이 무변(無邊)의 들녘을 걷다 보면 생각의 무게를 내려놓게 하는 은은한 향이 공중에 퍼져서 몸에 배고 코끝을 간질인다. 잘린 볏짚 밑동에서 올라오는 이 냄새는 도시 골목의 어느 찻집 앞을 지나갈 때의 기분처럼 순간 걸음을 멈추고 흠흠 냄새를 맡게 …2024-10-28 23:10

2024년 10월10일 20시40분, 단 한 줄의 속보가 떴다. ‘작가 한강 노벨문학상 선정!’ 좀체, 웃을 일이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의 한국 첫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전 국민을 기쁨과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노벨문학상은 1901년 제정돼 첫 수상자로 프랑스 시인 쉴리 프뤼돔을 배출했으니, 작가 한강이 123번째인 셈이다. 세계적인 문호로 추앙받는 앙지레 지드, 펄벅, 헤르만 헤세, 헤밍웨이, 타고르, 알베르 까뮈 등이 모두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작가 한강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얼마나 …2024-10-27 19:25

여러 방면에서 커다란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중이 가열되고 있다. 수도권에 인구 과밀화는 물론이고 기업의 신규투자, 기업 본사의 입지, 상장회사 자본금 비율, R&D 투자, 신용카드 사용액 비율에서도 집중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수도권의 과밀화와 일극 체제는 현 정부에서도 백 조이상 예산이 투입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망(Great Train eXpress: GTX)-8개 노선-등으로 공고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친절하게 2024년 발표한 교통분야 3개 혁신전략은 수도권 혼잡완화를 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있다. 정부는 100조 원이상…2024-10-22 19:57

광주의 딸 한 강 소설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문학의 쾌거다.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함께 기뻐하고 있고, 특히 광주시민은 자기가 상을 받은 것처럼 자부심에 벅차있다. 또 외국 사람들의 반응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보면 잘 몰랐던 작가인데 놀랍다, 책을 읽어보니 독특하다, 한국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됐다, 인간의 존엄성을 높인 책이라며 축하글로 가득하다. 왜 한 강 작가는 노벨문학상을 받았을까. 세계인의 마음을 잡았기 때문이었으리라 생각된다. 한국의 치열한 현실을 쓰면서도 세계시민에게 통하는 문장으로…2024-10-21 18:03

민주주의 아버지 또는 지적인 혁명가로 불리는 아테네의 지도자 페리클레스(기원전 495년 경-429년)는 전몰자를 위한 추도사에서 조국 아테네가 “그리스의 학교”라고 담대하게 선언했다. 여전히 아테네에는 이 고귀한 선언을 뒷받침한 역사적 문화유산이 건재하기에 인류는 그 유산에서 배우고 있다. 필자도 그 추도사 내용과 ‘아테네가 그리스의 학교’라는 말에 깊은 공감을 받았다. 이에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신사상적인 뿌리를 지닌 ‘광주가 학교다. 광주가 세계의 학교다’는 소망의 씨앗을 뿌리고자 2022년 카페 필로소피아…2024-10-20 19:07

“오메, 고마워라! 우리가 같이 읽음서 울었던 ‘소년이 온다’ 책을 쓴 한강 작가님이 노벨상을 타브렀어!” 오월어머니들은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에 어쩔 줄을 몰랐다. 광주의 기쁨은 각별하다. 5·18의 진실은 광주시민의 자존과 같기 때문이다. “이 기쁨을 한강 작가님께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요?” “응 현수막을 걸어야제.” “내 가슴에는 이미 현수막을 붙이고 댕기네. “고마워요, 한강!”이렇게 써서.” “우리 오월어머니들 전시 작품 앞에서 축하 메시지를 남기는 퍼포먼스를 할까요?” 10월16…2024-10-17 19:40

인간은 이성적일까 아니면 감성적일까. 감성적이란 주장을 설파한 18세기 학자가 있다. 영국의 유명한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였던 데이비드 흄이다. 그는 ‘인간은 이성보다 감정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흄의 주장에 근거하면, 인간의 생각과 의사결정은 사실에 근거한 합리적 판단보다 ‘정념의 지배’를 받은 결과이기 때문에 감성적 고려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군공항 이전을 둘러싼 작금의 광주와 무안 간 관계도 마찬가지다. 지난 11일 무안군의회 의원들이 광주시장 규탄 결의문을 채택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군…2024-10-15 1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