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언제나 문제를 품고 있다. 색과 형질이 다른 문제들이 끊임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그 문제들은 하나의 발원지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여러 발원지에서 만들어진 문제가 세계라는 강으로 흘러들어 중첩되어 흘러간다. 문제와 문제가 섞이거나 충돌한다. 한 사회가 만들어낸 풍경을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잘라 분석해보면, 서로 다른 곳에서 발원한 문제들이 한데 모여 복잡한 풍경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문제는 세계의 방향을 바꾼다. 홀로 발생한 문제들이고 크기가 작다면 찻잔 속에 가둘만한 갈등…2024-07-07 19:46

앤드류 카네기에 따르면 “비웃음을 사고, 무시당하며, 외면까지 받을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은 상대의 이야기를 절대 끝까지 들으면 안 되고, 계속 자기의 말만 해야 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다가 할 이야기가 있으면 바로 끊고 자신의 말을 하는 것이다.” 지역 대학 총장협의회를 하는데 평소에도 말이 많던 모 총장이 계속해서 반복된 주장을 하기에 그의 말을 끊도록 의장에게 신호를 보냈다. 의장이 중단을 시키자, 당신이 뭔데 남의 이야기를 끊냐며 필자에게 화를 냈다. 필자가 곧바로 사과했지만, 그와의 관계는 그것으로 끝…2024-07-04 19:57

관공서나 공공 건물을 지을 경우 반드시 화단도 함께 조성하고 식재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근대 건축이 나타면서 이름도 낯설은 수목들이 화단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한옥형 건물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 중에는 완전 외래종까지도 들어 있었다. 단지 조경수로서 가치와 미적인 면만 고려해서 화단을 채워왔다. 그것은 현대건축이든 전통 건축이든 구별되지 않았다. 그 결과, 쉼터 획일화로 모양도 멋도 없어져서 녹지공간이나 휴게장소로서의 시각성과 가치성이 떨어졌고, 시민들로부터 소외 공간으로 되…2024-07-03 20:37

중앙로에서 광주천을 지나 광주공원 근처에 이르면 아름다운 정자가 한눈에 들어온다. 광주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희경루(喜慶樓)이다. 작년 9월 시민들의 관심과 기대 속에 중건식을 가진 희경루는 가히 그 규모와 위용 그리고 아름다움에서 밀양의 영남루(嶺南樓), 진주의 촉석루(矗石樓), 평양의 부벽루(浮碧樓)와 함께 우리나라의 4대 정자라 할 만하다. 근처에 있는 광주향교를 일터로 삼고 있는 필자는 점심 후 근처를 산책하면서, 때로는 구경삼아 그곳에 들러 보기도 한다. 때때로 누각에는 엄마의 손에 끌…2024-07-02 19:25

제22대 총선은 야당의 압승으로 끝났지만 국회 원구성 불발로 야권 단독으로 여소야대 국회가 개원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이미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는데도 여당은 국회를 보이콧하고 원구성 협상에 떼를 쓰다가 국민을 위한다는 핑계로 복귀하였지만 조롱 섞은 말싸움과 집단 퇴장을 할 뿐이다. 명색이 집권당인데 궁색하고 무기력하며 매일 야당 탓만 하고 국정을 책임지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남북갈등, 의정 갈등, 유전 개발 등 국정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도 국회에서는 비아냥거리고 장외에서는 격하게 독…2024-07-01 19:45

생때같은 우리 자식들이 백주에 도심 한복판에서, 군대에서, 산업현장에서 하루가 멀다 하게 죽어 나가고 있다. 근래 채 해병 사망에 이어 육군 훈련병과 보병 사단 A일병이 목숨을 잃어 슬픔을 안겨주더니, 그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 열아홉 살 청년이 전주의 한 노동 현장에서 숨졌다. 입사한 지 불과 6개월 만이었다. 정말 돌이키고 싶잖은 일들이다.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건 전주의 어린 노동자 유품에서 발견된 메모장이다. 그는 일본어와 영어를 배우고 싶어 했고,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는…2024-06-30 19:44

1953년 7월27일, 한국전쟁 휴전 이후 71년 동안 남북 대치 상황에서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된 때가 얼마나 있었던가? 박정희 정권 때는 반공(反共)을 국시(國是)로 전두환·노태우 정권 때도 끊임없이 북한과 긴장 관계를 조성했고, 심지어 1997년 대통령 선거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비선 조직은 북한 측에 휴전선에서 총격 사건을 벌여달라고 요청하는 일명 총풍사건(銃風事件) 까지 일으켰다. 김대중 정부 ‘햇볕정책’의 결과, 6·15 남북공동선언 채택 한반도의 긴장이 가장 완화된 때는 일관되게 ‘햇볕정책’을 추진한…2024-06-27 19:22

만나는 사람들마다 첫인사로 “날씨 왜 이렇죠?”, “날씨가 진짜 이상해요. 벌써 이렇게 더워도 되는거예요?”라고 토로한다. 해마다 이상해지는 날씨인데 올해는 더욱 그런가 보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23년 세계의 평균기온은 관측 역사상 가장 높았다고 한다.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45도가 높았다고 하는데, 떠올려 보면 당시에도 매달 ‘역대 최고의 더위’를 경신했음을 언론을 통해 자주 확인했던 것 같다. 그런데, 올해는 작년보다 더 더울 예정이라니, 벌써 등골이 서늘하다. 절박한 심정으로 채택했던 UN의 ‘파…2024-06-26 19:14

우리는 매년 6월을 호국보훈(護國報勳)의 달로 정하고 그 숭고한 뜻을 기념하고 있다. 호국보훈은 나라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지킨 분들의 뜻을 기리고 그에 보답한다는 의미이다. 호국보훈의 달은 1952년 6월, 6·25전쟁 희생자와 상이군인 등을 지원하기 위해 ‘군경원호 강조기간’이 시행되면서, 그리고 1961년 국가유공자 예우를 위해 설립된 군사원호청이 1985년 국가보훈처로 개편되면서 6월이 보훈의 달로 지정됐다. 참고로 현재 6월 중 1일은 의병의 날, 6일은 현충일, 25일은 한국전쟁 발발일, 29일은 제2연평 해전일 …2024-06-25 19:45

몸이 자연의 기운을 닮아가는 요즘은 여명의 시간이 빨라지면서 눈이 일찍 떠진다. 어김없이 새벽 5시면 눈이 껌벅거려지고 밖은 환해서 어느덧 동쪽 하늘이 홍조로 물들어 있다. 모든 창문을 활짝 열어둔 채 잠이 들어버리므로 간밤의 달빛은 거실 침상을 비추고 필자의 잠든 얼굴을 어루만졌을지도 모른다. 새벽에는 바깥세상에 대해 무엇보다 귀가 먼저 반응한다. 수탉은 이제 우는 것조차 지쳤는지 소리마저 갈라져서 매력이 없다. 하지만 가까운 동쪽 산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으니, 그 소리에 귀가 열려 문득 눈을 뜰 수밖에…2024-06-24 20:07

칫솔로 삶의 질과 관련된 치매를 예방할 수 있을까? 칫솔의 목적은 770 여종의 박테리아 중 충치나 잇몸병을 일으키는 유해균과 미생물 집합체인 치태를 관리해 구강위생을 증진하는 데 있다. 인체 조직 내에서 숙주 조직과 공생 관계를 유지하는 미생물 군집인 ‘마이크로바이옴’은 구강, 위장관, 피부, 질, 자궁 등에서 숙주와 상호 작용해 건강을 유지하지만 식이요법, 약물 및 전신 상태, 심리상태와 같은 여러 숙주 요인이 마이크로바이옴에 영향을 미쳐 균형이 깨져 유해균이 증가되면 전신 질환이 유발된다. 구강 내 박테…2024-06-23 19:05

지난 6월9일 LA에서 제84회 피바디 상(George Foster Peabody Awards) 수상식이 있었다. 이 상의 수상식은 수십년 간 뉴욕에서 진행됐지만, 올해 처음으로 영상과 영화의 도시 LA에서 개최했다. 2023년에 제작된 프로그램이 심사대상이었고, 34편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특별히 1966년 미국 NBC가 방영한 드라마 ‘스타트렉(Star Trek)’이 그동안 영상산업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을 인정받아 기관 상(Peabody Institutional Award)을 받았다. 텔레비전과 영상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 상이 어떤 상인지 잘 안다. 그러나 일…2024-06-19 20:06

우리나라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제2조 12호·인구감소지역)」과 동법 시행령(제3조)에서는 지역소멸 우려가 있는 인구 감소지역을,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하도록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2021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인구감소지역은 전국 229개 시·군·구중 89개로 38.9%를 점한다. 시·군·구 10개 중 4군데가 소멸을 경험하고 있다. 전남에는 16개 군을 포함하고 있어, 전남 농촌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강한 소멸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정부는 인구 감소 등 지역소멸에 대응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수…2024-06-18 19:49

광주 현안 해결을 위해 22대 국회의 역할이 크다. 정부 부처의 역할이 막중하지만 야당 지자체에서 행정부처의 협조를 얻는데 국회의 비중이 막중하다. 경제악화와 국세수입 감소로 그 짐이 지자체 재원부족과 민생경제 지원축소로 전가되고 있는 정부정책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정책을 견제할 수 있는 곳도 국회다. 국민이 여소야대의 국회로 이런 역할을 잘 하도록 주문한 것이라고 봐야한다. 광주의 새 국회의원들이 주로 초선이지만 각각 잠재력과 혁신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국회와 광주시, 그리고 민간 각 부문간에 긴밀하게 협력…2024-06-17 19:31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의 삶은 더 이상 물리적인 공간에 국한되지 않는다. 온라인 세계는 지역과 공간을 초월한다. 확장된 삶은 일상을 바꾸고 편의성을 높여주지만, 동시에 새로운 문제점과 과제를 제시한다. 특히 디지털 공간에서 한 말과 글, 행동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순간의 실수나 잘못이 끊임없이 우리를 따라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데 지워지지 않는다면 끔찍한 일이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이는 더러워진 물이 깨끗해질 수 있는지에 관한 답을 찾는 것과도 같다.…2024-06-16 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