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겨울, 헌정사에 길이 남을 위기를 겪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법적 근거 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가 권력을 국민 위에 행사하려 했던 사건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은 ‘권력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지만, 이 사건은 우리가 민주주의의 본질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민주주의란 단지 선거를 통해 대표를 뽑는 제도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국민이 주권을 가지며, 모든 공권력은 오직 국민의 뜻에 따라 행사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다시 말해, 주권…2025-04-27 19:51

혹독한 겨울을 지나 잔설(殘雪)이 남아있는 땅에 언제인지 모르게 모습을 드러내는 아주 여린 작은 꽃이 있다. 바로 봄의 전령사, 봄까치꽃. 조금 더 봄이 다가오면 봄까치꽃 보다 더 작아서 자세히 봐야 보이는 별꽃이 모습을 드러낸다.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 인생에도 멈춰야 자신이 보이는 순간들이 있다. 크게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거나 가족이 어느 날 갑자기 유명을 달리했을 때, 직장을 잃었거나 사업, 또는 장사가 아주 어렵게 됐을 때 등이다. 이기심은 자기를 우상화하고, 탐욕은 탐욕의 대상을 우상화한다 19…2025-04-24 19:53

선한 영향력, 요즘처럼 이 말이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 적이 있을까? 최근 문형배 헌법재판관이 한 말이 화제가 되면서 함께 주목을 받는 사람이 있다. 바로 ‘어른 김장하’이다. 문형배 재판관은 학창시절 자신에게 도움을 준 김장하 선생을 언급하며 자신이 선생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자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준 것이다. 나에게 갚을 필요는 없다. 갚으려거든, 이 사회에 갚아라.”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어쩌면 이 말보다 교육을 더 정확하고 아름답게 설명한 말은 없으리란 생각이 든다. 문형배 재판관은 힘들었던 자신…2025-04-23 19:27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소동에서 빚어진 6·3대통령 선거가 벌써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당내 경선이 진행되고 있지만 예전과 달리 전혀 대선열기(大選熱氣)가 느껴지고 있지 않는 것 같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첫 번째로는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만연하고 있는 정치에 대한 혐오에서 비롯된 현상이 아닐까 싶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 검사를 검찰총장으로 등용하고 그 결과 그가 당시 야당의 대통령 후보로 등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우리 정치의 ‘비상…2025-04-22 19:24

“우리가 어쩌다 여기까지 와버렸을까?” 한국 사회 현재를 보면서 필자도 모르게 나오는 질문이다. 아름다운 웃음은 사라지고 극좌와 극우로 대치된 살벌한 한국 사회를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나라로 만들 수 있을까? 융성했던 로마제국의 멸망은 역사 속에서 많은 교훈을 준다. 답답한 마음에 이성주의적 윤리학을 주장했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지혜를 통해 좀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고민해 본다. 플라톤이 주장한 이데아는 ‘변하지 않는 완전한 본질’을 의미한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행복 지수 최하위권…2025-04-21 19:24

최근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KOSIS)’에 의하면 올해 1분기 전체 취업자 중 20대 비율이 12.2%로 나타났으며, 청년고용률 역시 11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20대의 취업률 비중은 계속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사실상 취업을 포기한 15-29세 사이의 ‘쉬었음’ 청년이 2003년 1월 관련 통계를 작성 후 처음으로 5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쉬었음’ 청년은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으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경제활동인구 조사에서 “그냥 쉬고 있는 상태”라고 응답한 청년을 뜻하는데, 이들…2025-04-20 19:55

하늘이법 제정을 통해 고위험 교원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리라 기대된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는 교원뿐 아니라 소위 ‘진상(괴물) 학부모’ 와 ‘금쪽이 학생’으로 대표되는 더 많은 고위험군이 존재한다. 학년 초마다 이러한 고위험 학부모와 학생에 대한 정보가 교사들 사이에 공유된다. 어느 학년에 그러한 학부모 혹은 학생이 두어 명 있다고 하면 교사들은 그 학년을 최대한 기피하려 한다. 일부 학교에서는 전입 교사 심지어 신규교사에게 그러한 반을 떠맡기기도 한다. 운 나쁘게 그러한 반을 맡게 되면 그 교사의 1년은 거의 지…2025-04-15 19:30

내란 혐의 피의자 대통령(윤석열)이 파면됐고, 6월3일 제21대 대통령을 선출한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해소되고 있지만 전·현직 권한대행과 고위 관료들은 내란 동조로 헌정질서를 파괴한 의혹에 대한 죗값을 받아야 하고 일부 여당의원들은 내란을 옹호한 책임을 물어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만 한다. 그런 사이에 한국경제는 비상계엄 악재와 더불어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로 소비가 위축해 내수가 침체하고 기업 수출이 부진하고, 한국은행이 해외주식과 채권 투자로 2024년 삼성을 제치고 법인세 1위라는 황당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2025-04-14 20:19

요즘 소셜 미디어를 둘러보면 지브리 스타일로 변환된 프로필 사진(프사)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따뜻한 색감과 감성적인 분위기, 자연과 판타지가 어우러진 지브리 특유의 화풍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사진을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바꾸는 이 기술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감성과 자기표현이 결합한 사회적 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브리 스타일은 사용자에게 심리적 위안을 제공한다. 부드러운 색감과 몽환적인 이미지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한다. 손으로 그린 듯한 아날로그적 감성은 복잡한 현대…2025-04-13 18:39

1950년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전통적인 농업에 기반해 섬유, 가구, 담배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1인당 소득은 전국 48개 주 중 47위에 머물 만큼 경제 상황이 열악했다. 특히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대학을 졸업한 젊은 고급 인재들이 워싱턴, 뉴욕 등 인근 대도시로 떠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주 정부와 지역 대학들은 협력해 과학기술 기반의 산업을 육성하고 첨단 기업을 유치하는 방향으로 전환을 모색했다. 1959년,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NC State), 듀크대(Duke), 노스캐롤라이나대 채…2025-04-09 19:49

헌법재판소는 지난 4일 오전 11시22분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했다. 대한민국은 헌정 사상 두 번째로 대통령 파면이란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 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르면, 대통령 파면이 확정되면 60일 이내에 후임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갑작스럽게 치러지는 조기 대선은 일반 대선과 선거법상 절차는 동일하다. 다만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급박한 일정 속에서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 일정을 공고하고, 후보자 등록 절차를 진행한다. 조기 대선은 각 정당뿐만 아니라 유권자 입장에서도 준비가…2025-04-08 19:10

짧은 시간이든 긴 시간이든 아픔 속에서 자신을 견디어 본 이는 안다. 아픔이 어디서 왔고 아픔은 어떤 것이며 아픔의 치유 과정이 얼마나 지난한 것인가를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애타는 일일수록 견고한 정신으로 기다리는 사람만이 그 결과를 기쁨의 눈물로 받아들인다. 평생 꽃 피는 찰나를 보지 못했으나 그날 그 시각, 11시22분에 가슴 속에서 순간 꽃봉오리가 터지는 것을 발견했다. 메마르면서 식어가던 온몸의 피톨들이 새로이 꿈틀거리며 살아 돌아오는 것을 그 시각에 느낀 것이다. 그동안 몸과 마음이 개운치 않아서…2025-04-07 18:16

중학교 시절 박목월 작사, 김순애 작곡의 ‘4월의 노러를 통해 괴테(1749-1832)를 알게 됐다. 1절 가사에는 “목련꽃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의 베르테르의 편지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온 것이다. 관찰에서 얻은 경험이 단어와 생각의 개념을 만들고 말로 세상과 사회를 표현하는 인간의 능력은 위대하다. 문학·종교·과학·철학·경제·사회·사랑도 언어가 있기에 존재한다. 또한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그리고…2025-04-06 19:09

“공짜 배달은 없다. 공정 배달앱의 주문만 배달합니다.” 12·3 비상계엄 이후, 대한민국은 멈춰 섰다. 권력은 누군가의 삶과 권리에 대한 고려 없이 폭주했고, 민주주의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이들은 고통을 감내하며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다. 생필품 가격은 끝없이 치솟았고, 각자의 이익만을 챙기기에 급급한 상술이 판쳤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우리의 편이 아님을 깨닫고 절망 속에서 외쳐야 했다. 2024년 7월19일. ‘배달의 민족 독립선언’은 배달 중개 수수료 인상으로 촉발됐고, 이후 ‘포용, 공정, 정의로운 디지…2025-04-02 19:59

교사로서 벅찼던 때를 떠올려 보면 아이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전부였던 순간이 있다. 특히 한 아이가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지막이 한마디 하던 순간은 잊지 못한다. “선생님, 이 책을 읽고 나니 제 마음도 조금은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 한마디가 어찌나 두고두고 생각나는지. 그 아이가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읽은 단 한 권의 책을 통해 세상과 스스로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됐다는 것, 그게 교육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책보다 스마트폰을 더 많이 접한다. 긴 문장을 힘들어하고, 생각하고 사유…2025-03-31 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