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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의 발이 되어 줄 ‘목포 낭만 22-2번’ 버스는 출발지와 도착지가 다른 직선의 형태를 띠지 않는다. 평화광장에서 출발해 갓바위터널을 지나고, 목포자연사박물관, 문화예술회관, 국립해양유물전시관 등 목포의 굵직한 문화 거점들을 차례로 스친 뒤 다시 출발지였던 평화광장으로 돌아오는 순환형 동선을 가지고 있다. 시작한 곳으로 기어이 돌아온다는 노선의 특성은 여행자에게 묘한 안도감을 선사한다. 낯선 정류장 이름에 당황할 필요가 없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어느 곳에 충동적으로 내리더라도, 다시 그 자리에서 다음 버스를 기다리면 원래의 장소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흡사 길을 잃어도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도시의 다정한 배려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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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선은 단순명료하게 잡는 것이 좋다. 첫 번째 목적지로 평화광장 정류장 하차를 권한다. 목포의 여름밤은 정적 속에 가라앉아 있지 않다. 오히려 해가 졌을 때 비로소 진짜 얼굴을 드러낸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광장에 서서 바다를 향해 시선을 던지면, 고요하던 수면 위로 빛과 음악이 교차하는 거대한 공연이 펼쳐진다. 춤추는 바다분수 관람은 목포라는 도시가 품은 생동감을 시각적으로, 그리고 청각적으로 확인하는 일이다. 늘 작은 스마트폰 화면 속에 고정되어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허공을 향해 솟아오르는 거대한 물줄기를 향한다. 수십미터 높이로 솟구치는 물기둥과 웅장한 음악, 그리고 사방으로 흩어지는 시원한 물보라는 한낮의 더위와 피로를 단숨에 씻어낸다. 물과 빛, 음악이 만들어내는 찰나의 예술 앞에서 항구 도시 특유의 활기가 광장의 밤공기를 가득 채운다.
분수의 여운이 잦아들 즈음, 다시 정류장으로 향해 낭만 22번 계열 탑승을 시도한다. 스르르 열린 문틈으로 버스 안의 서늘한 공기가 밀려오고, 창가 자리에 앉아 갓바위터널을 통과하면 눈앞에는 전혀 다른 시간의 층위가 펼쳐진다. 특히 국립해양유물전시관 앞을 지날 때면 깊은 바닷속에 잠들어 있던 수백년 전의 선박과 도자기들이 떠오르며 도시의 깊이를 새삼 가늠하게 된다. 평범한 시내버스 노선 안에 수백년전 바닷속에 가라앉았던 신안선의 흔적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꽤나 흥미롭지 않은가. 현대의 내연기관 버스를 타고 과거의 목조 선박이 잠든 곳을 향해 달려가는 일. 목포는 이처럼 켜켜이 쌓인 시간의 지층을 아무렇지 않게 일상 속에 펼쳐놓는다.
목포를 그저 오래된 옛 항구로만 여기는 이들에게, 이 짧은 버스 여행은 그 선입견을 보기 좋게 흩트려 놓을 것이다. 지금의 목포는 트렌디한 스페셜티 커피의 산미와 오랜 세월을 버텨낸 지역 양조장 막걸리의 묵직함이 골목마다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매력적인 도시다. 과거의 유산 위에 현대의 감각을 세련되게 덧입힌 이 도시의 힙한 매력은 타 지역의 여행자들을 끌어당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목포의 낭만을 즐기며 얼마쯤 달렸을까. 낭만버스가 갓바위터널 인근 정류장에 멈춰섰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몇 걸음만 옮기면 곧바로 갓바위 해상보행교 산책 코스가 이어진다. 바다 위로 조성된 나무 데크를 걷는 일은 마치 물 위를 조용히 미끄러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오랜 세월 동안 파도와 바닷바람이 세밀하게 깎고 다듬어 낸 갓바위의 형상을 감상하며, 발밑에서 찰랑이는 파도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도심의 인공적인 소음이 사라진 자리에 자연의 소리가 온전히 채워지는 순간, 복잡했던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다만, 이 유유자적한 여정에도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낭만 22-2번은 순환 노선이라는 훌륭한 장점을 가졌지만, 아쉽게도 운행 횟수가 제한적이다. 정류장에 서서 무작정 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귀한 시간을 흘려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목포 방문 전에 목포시 버스정보센터 또는 지도 앱에서 시간 확인은 필수다.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버스의 위치를 가늠하고 시간을 맞추는 그 짧은 기다림의 순간조차, 대중교통 여행이 주는 소소한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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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 문장이 막히면 종종 창밖을 보며 목포행 버스를 상상하곤 한다. 팍팍한 현실을 잠시 덮어두고, 홀연히 밤바다로 떠나는 상상 같은 것 말이다. 길 위에서 우연히 마주친 풍경들은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쉽게 휘발되지 않는다. 트렌디한 카페의 스페셜티처럼 기분 좋은 설렘이 있던 바다분수, 그리고 오래된 양조장의 내음처럼 뭉근하게 다가오던 갓바위의 밤공기. 주머니 속에 구겨져 있던 버스 영수증 하나가 때로는 모니터 앞에서 깜빡이는 커서를 밀어내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되기도 한다.
정지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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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5 (목) 13:20


















